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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의 후편. 캐릭터 붕괴에 주의(...)
이번엔 열심히 아토베 아닌 아토베, 즈카 아닌 즈카;을 만들기 위해 매우 노력하였습니다'ㅂ'
역시 이번에도 덜 개그(...)
그것은 또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안되겠는데요."
"그럼 당분간은.............할테니............"
의식이 점점 돌아오며 주위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최소한 자신 외에 2명은 있는 듯 했지만 아직은 머릿속이 몽롱하여 잘 들리지 않았다. 무언가 다투고 있는 느낌도 들었는데, 한 쪽의 목소리는 귀에 익은 듯 하기도 했다. 들려오는 대화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려니 점점 의식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에에- 그건 싫어요! 전 회장님만 따르기로 맹세했다구요!"
"나를 위해서다."
"............히잉."
사내놈이 [히잉]이 뭐냐 [히잉]이! 어쩐지 울컥한 아토베는 그 기세로 눈을 번쩍 떴다. 밝은 형광등 불빛이 눈으로 들어와 눈이 부셨다. 몇 번을 깜박깜박 하고나서 주위를 돌아보자 그곳은 익숙하면서 낯선 곳이었다. 딱봐도 양호실의 느낌이었지만 효테이의 양호실은 아닌, 그런 곳.
"어, 회장님. 이 사람 정신이 들었나봐요."
고맙게도(?) 아토베를 깨우게 한 [히잉]의 장본인인 듯한 목소리가 회장님이라 불리는 사람에게 아토베가 깨어났음을 알렸다. 고개를 돌려 옆을 돌아본 아토베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그곳에 서있던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약 10분 후.
"그러니까 테즈카, 네가 날 구하다 이렇게 되었다고?"
"아아. 카바지에게 들으니 그동안은 너와 그가 바뀌어있었다고 하던데."
"응 그랬지....그러고보니 카바지는?"
"그는 별다른 외상이 없어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시간도 늦었고...다소 기억에 혼란이 있는 듯 했지만 그래도 별 문제는 없어보이더군."
"그런가............."
카바지라도 원래대로 돌아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아토베는 어째서 자신이 침대 위에 있는가를 떠올려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카바지와 함께 저녁밥을 먹은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그 후부터가 공백이었다. 테즈카 말로는 학생회 일을 끝내고 집에 가려는데 나와 카바지가 보여서 연습 시합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뒤따라가는데 갑자기 골목길에 빠른 스피드로 오토바이가 나타나서 그걸 피하려다 하필 피한 곳이 전봇대 쪽이었다나 어쨌다나. 어딘가 말이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지난 번 카바지와 뒤바뀌었을 때의 기억도 정확하지 않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무엇보다 카바지는 괜찮다니 안심이기도 했고. 그런데 이 전개는...
"설마 내가 너 대신 테즈카 쿠니미츠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팔자에도 없는 아토베 케이고가 되었다만."
"맞아요-! 회장님은 그쪽을 구하려다 이렇게 되었는데 그런 말투는 용납할 수 없다구요!"
"..........뭐야 너는."
"세이가쿠의 자랑스러운 학생회장 테즈카 쿠니미츠님을 보좌하는 세이가쿠 부회장, 스즈키 아이무입니다. 사랑의 아이(愛)에, 꿈의 무(夢)를 써서 아이무. 그야말로 회장님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이 이름! 그쵸, 회장님?"
"........................제정신?"
"그는 유능한 학생이다."
"................................어디가?"
어,어쨌거나 아토베가 잠들어 있는 동안 두 사람은 여러모로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한 시험을 해본 듯 했다. 그러고보니 머리에 혹이 나있는 듯도 했다. 설마 때린거냐? 뭐 하여간, 결국 돌아갈 방법이 없어서 대략 당분간 각자 연기를 해야하지 않을까,하고 결론을 내린 듯 했다.
"하지만 나와 카바지는 그렇다고 치고, 우리가 서로의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물론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아, 응."
"다행스럽게도 너와 나는 각자 학생회장 직을 맡고 있으니, 임시 교환학생을 제의한다만. 네 생각은 어떤가?"
"과연...."
"과연 회장님! 생각하는게 남다르세요!"
아토베는 막 자신이 말을 하려는데 먼저 끼어드는 이 부회장이란 놈을 잠시 노려보았다. 테즈카를 따르는 건 좋지만 이건 뭐... 만약 카바지가 이런 타입이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던 아토베는 지금의 현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 제안, 받아들이기로 하지."
"사실 이미 위의 허가를 받은 상태이다. 아토베라는 이름은 이럴 때 편하더군."
".......이 자식이 남의 이름을 마음대로..."
"잠깐, 회장님은 댁도 생각해서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건데 고맙다는 말을 하지는 못할 망정 그 불손한 발언은 뭐죠? 당장 사과하세요!"
"스즈키, 잠시 조용히."
"네...아참, 아이쨩이라니까요-!"
아토베는 다시 한 번 스즈키를 바라보았다. 대화로만 보면 귀여운 여학생이어야 할 이 스즈키 아이무라는 인물은 딱 봐도 시시도 정도의 키에 체격도 좋은 편이었다. 다만 얼굴이 동안이고 웃는 인상이라 귀엽게 보이는 면도 있지만서도...그러고보니 후지와 비슷한 느낌인가? 아니, 후지는 그래도 딱부러지는 느낌이 있지만 눈앞의 이 놈은 천연이란 느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테즈카 천연? 그건 그렇다고치고 자신을 아이쨩이라고 불러달라니 무슨 아이돌도 아니고.
"아, 참고로 회장님의 모습을 한 댁은 아이쨩이라고 불러줘도 기쁘지 않으니까."
"스즈키. 그래도 너보다 학년도 위인 사람에게 댁이라는 호칭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런거 알 나이도 되지 않았나?"
"아, 그러네요 회장님. 죄송해요 아토베상."
...뭐야 이 전개는. 게다가 아무리봐도 테즈카녀석, 이 부회장을 싫어하고 있어? 그렇지 않고서야 당당하게 [너 그 나이에 말버릇이 그게 뭐냐.] 라고 말할리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즈키 아이무라는 인물은 그저 눈을 반짝이며 테즈카의 말을 따를 뿐이었다. 설마 이 놈은 [자유보다 복종을 좋아하는] 그런 부류인건가?
어쨌거나 그렇게 다시 비일상적인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서로 알고보면 그대로 모교에 다니는 것일망정, 겉모습은 타교에 등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차이는 있어도 어느정도 용납될 것이라는 계산하에 -아무래도 남의 학교에선 좀 더 예의를 차려야 할테니- 서로의 행동패턴이나 습관 등을 익혔다. 그리고 모자라는 부분은 테니스부의 도움을 받기로 하기로 하였다. 효테이 쪽은 이미 한 번 경험을 해서인가 이해가 빨랐지만 세이가쿠의 경우엔 이런 비과학적인 일은 처음이었기에 한차례 소란이 일었으나 다행히 납득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토베의 혼이 들어간 테즈카를 보며 에치젠이 다소 기뻐하는 눈치였다.
"자, 이거 참고용이에요."
"이게 뭐지?"
며칠 뒤, 아토베는 방과후에 만난 스즈키로부터 상자를 받아 들고 물었다. 크기로 봐서는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용 테잎이 4,5개 정도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는데, 무게도 딱 그 정도라 대략 비디오 테잎일거라는 추측이 들었다.
"회장님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기 위한 참고 자료에요. 보시면 꽤 도움이 될거에요. 내일부터 다시 학생회 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고..."
"학생회 일? 그건 저쪽의 테즈카가 하는 거 아닌가?"
"에에, 물론 그렇지만 이 일은 회장님이 만일을 대비해서 아토베상에게 피해가 가면 안되겠다고 하셔서요. 뭐, 제가 있으니 피해가 갈리도 없지만 사람 일이라는게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심각하게 말하는데?"
"아..보시면 알아요. 다 보시면 아토베상도 회장님의 얼굴이 아니면 안된다는 걸 아시게 될거에요."
그리고 스즈키는 사라졌다. 아토베는 잠시 의아했지만 일단 비디오를 보기로 결심하였다. 마지막으로 꼭 혼자보라는 주의를 몇 번이나 들었기에 아토베는 부실에서 보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학생회실에 들어가 문을 잠구고 비디오를 재생시켰다.
그러자 세이가쿠의 학생회실이 보이고, 테즈카를 비롯한 몇몇 학생들이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학생회 멤버일테지. 조금 기다리자니 스즈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의 목표는 와타나베 타츠야입니다. 3학년 4반 생이고, 에...그러니까 교칙은 어긴 것은 꽤나 여러번으로 무단 결석이 10번에 땡땡이는 셀 수도 없고...고의로 화학실 비품 파손과 그로 인해 같은반 학생 3명이 약물로 인해 피해를 받았습니다. 그중에 한 학생이 다리쪽에 화상을 입긴 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니고요. 하지만 그 후에 치료비를 요구하자 도리어 피해 학생들을 협박하여 정신적 충격을 입혔습니다. 치료비는 40%를 보험회사가, 30%를 학생이, 그리고 나머지 30%를 학교에서 부담하였습니다. 학생회 예산을 이용해서요. 따라서 그를 S급으로 판단하고 오늘 '처리' 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에? 처리? 처음엔 음, 저런 학생이...하면서 함께 분노하던 아토베는 이어지는 낯선 단어에 잠시 한기를 느꼈다. 학생회 권한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그 학생을 퇴학 시키자거나, 아니면 정학 등의 처분을 내리자는 말이었다면 차라리 이해할 수 있었지만 처리라니...
잠시 뒤 화면이 바뀌었다. 학생회실 안에 있던 캐비넷을 여는 테즈카의 모습이었다.
"회장님, 이번엔 어떤 걸로 하실건가요?"
"으음."
캐비넷이 열렸다. 그리고 아토베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열려진 그 곳에는...검도용 목검을 비롯하여 각종 둔기류(?)가 늘어져 있었다. 궁도용 활도 언뜻 보이고, 무엇보다 놀란 것은........
'저기 쇠파이프가 왜 있는 건데----!'
처음엔 테즈카도 학생회 겸 테니스부를 하고 있으니 다른 임원들도 각자 부활동에 쓰는 도구를 넣어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야구배트도 있고 하였으니. 그런데 왠 쇠파이프... 그런데 마침 테즈카가 문제의 쇠파이프를 집어드는 것이 아닌가.
"와아, 회장님 오늘은 그건 가요? 회장님의 단정함과 쇠파이프의 와일드함이 합쳐져서 그야말로 시너지 효과 4배에요!"
"흠."
화면 속의 테즈카는 별 말 없이 손에 든 그것을 가볍게 휘둘러 보았다. 붕붕-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아토베는 손에 든 리모콘으로 화면을 꺼버리고 싶었지만 손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장면이 바뀌었다. 다시 스즈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쵸코포키. 다들 정위치? 응, 응. 그럼 회장님 모두 준비됐다니 언제라도 오케이에요~]
...뭐냐 쵸코포키는. 설마 암호명? 어쨌거나 인적 없는 골목길을 걸어오는 한 남학생이 보였다. 아마도 와타나베 타츠야일테지. 딱 봐도 사납게 생긴 그는 그 점을 더욱 강조하려는 듯 천박한 표정으로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것으로 보아 스즈키는 그와 마주보는 위치에 있는 듯했다.
[목표 위치까지 앞으로 10보. 9, 8, 7, 6, 5, 4, 3, 2, 1, Go!]
그러자 어디선가 무언가가 날아와 '목표'인 그의 이마를 맞췄다. 파샥-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그의 이마에 맞은 것은 그 병인 듯 했다. 난데없는 수난에 놀라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는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이마를 매만졌다. 아마 병에 든 것은 액체였던 듯 이마를 문지르던 그는 밑으로 약간 흐른 액체를 마저 닦아내기 위해 눈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으아아아아아악------------내 눈-----------------!!!]
[시신경 마비를 확인. 와아 따가울 거 같아~ 레몬은 맛있는데다 유용하기까지 하다니 정말 귀여워요, 그쵸 회장님? 아, 네. 자아 피치피치양 다음 가요~"
...쵸코포키에 이어 피치피치. 웃으면 안될 상황 같지만 누가 지어줬는지 몰라도 네이밍센스 하고는...설마 테즈카는 아닐테지. 어쨌든 계속되는 화면에서는 잘 식별되진 않지만 자세히 보니 안개비슷한 무언가가 보였다. 그의 주변만 공기가 좀 뿌연듯 했기 때문이다. 아니, 연기인가? 어쨌거나 레몬즙에 당해 -이 부분은 역시 중학생 답다고 해야할지- 괴로워하던 그는 그의 주위를 떠돌던 정체불명의 공기를 마시고는 좀 더 휘청거렸다. 설마 수면효과라도 있는 건가? 화면만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빨갛게 충혈되던 눈이 점차 감기는 걸로 봐서는 그런 것 같았다.
[의식이 없어져가는 것 같네요. 그럼 회장님 차례에요-]
그러자 어디에 숨어있었나 그의 바로 뒤에서 테즈카가 나타났다. 평소엔 유연성 없다고 놀림받는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오히려 무서워보였다. 저렇게 표정없는 녀석이었나? 테즈카는 아까 캐비넷에서 꺼낸 쇠파이프를 손에 들고 있었다. 설마...설마...
[표적을 바라보는 회장님의 눈빛은 정말 정의감으로 넘치고 있네요. 과연 세이가쿠의 회장님. 손에 든 쇠파이프가 다소 무거운지 약간 늘어뜨린 모습이 마치 빈 황야에 홀로 서있는 듯한 그런 고독함마저 자아내는데요, 그야 회장님 테니스 라켓보다 무거운 건 잘 들지 않으시지만, 라켓은 사람을 때리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 대의를 위해 수고하시는 회장님을 위해 잠시 묵념을...아,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보여진 광경은...아토베로서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자신이 알던 테즈카 쿠니미츠는 테니스밖에 모르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테니스부 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던... 그런데 눈앞의 테즈카 쿠니미츠라는 사람은, 의식이 멀어져가는 그 '표적'의 다리를 쇠파이프로 내려 찍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바닥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끝내 '으득' 소리가 나자 그때서야 멈추었다. 그리고 그 행위를 하는 동안 테즈카는 자신이 지금까지 본 것중에 가장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쓰러진 그, 와타나베 타츠야가 저지른 교칙 위반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저 피로 물든 쇠파이프를 한 손에 든 채 다른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시는 회장님은 정말 경박한 표현을 쓰자면 모에 그 자체네요! 와타나베도 이걸로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으련만. 앗 약간 더우신지 교복 윗 단추를 한 개 풀고 계신 회장님의 모습 역시 그림같아요. 아아...회장님... 아무튼 끝난 거 같으니 이제 제 차례인 것 같네요.]
설마 죽인 다거나...아토베가 긴장하여 마른 침을 삼키는 동안 테즈카는 쇠파이프를 버리고 유유히 사라져갔다. 그리고 남겨진 스즈키는 그가 버리고 간 쇠파이프를 한 번 안아보고는 그 와중에 볼에 뭍은 피를 닦고 가져온 긴 가방안에 잘 챙겨넣었다.
[에, 여기 묻은 피는 나중에 처리하고- 으음..출혈이 있긴 하지만 그리 심한 것 같진 않음. 골절상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음. 이정도면 대충 뺑소니로 위장하면 될 것 같네요. 그러려면 다른 곳에도 타박상이 남아있는 편이 좋겠어요.]
그렇게 말한 스즈키는 가방 속에서 작은 망치 비슷한 것을 꺼낸 후 뺑소니 타박상이란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꽤 여러번 해본 솜씨인 듯 능숙하게 작업을 마친 후, 잠시 고민하는 가 싶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자동차가 급정거한 흔적이 없네요. 하다못해 오토바이라도... 뭐, 이런 골목길에서 급정거해봐야 크게 흔적이 남지도 않겠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증거를 만들어두죠. 그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학교에서 만나요~]
그리고 다시 가방을 뒤지던 스즈키는 작은 씨디플레이어 겸 카셋트를 꺼낸 후 씨디를 골라 넣고는 재생버튼을 눌렀다. 골목길 가득히 울려퍼진 그 소리는...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정지하는 소리였다.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까지.
그 때 아토베의 핸드폰이 울렸다. 깜짝 놀란 아토베가 허둥지둥 전화를 받자 건너편에서 지금까지 계속 듣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토베상? 지금 비디오 보시는 중이었죠?
-어,어어...
-아마 맨 위에것부터 보셨다면 와타나베 타츠야편을 보셨겠네요. 회장님의 그 거친 동작이 꺄~참을 수 없이 멋졌던 바로 그것!
-네 놈들은...대체 뭐하는 놈들이지?
-...뭐긴요, 정의를 수호하는 세이가쿠 학생회지. 아, 참고로 걔 죽은거 아니니까요. 병원에 이동되어서 그냥 다리에 깁스 좀 하다 퇴원했을 뿐이니까.
-...그래서 원하는 게 뭐지?
-에이, 다 아시면서 내일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설마 안한다고는 안하시겠죠? 안해도 상관없지만, 그럼 저희 회장님이 하실 수 밖에 없는데.
-....내일 어디로 가면 되는거지?
-아, 걱정마세요. 제가 테니스부 활동 끝날 쯤에 모시러 갈테니 부활동 하고 계세요. 그럼 내일 뵈요-
물론 아토베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하면 자신의 모습을 한 테즈카가 저 일을 할테고...그쪽이 오히려 싫었다. 그냥 테즈카의 모습을 한 자신이 하는 게 더 내가 하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화를 받는 동안 꺼놨던 테잎을 꺼내고 아토베는 한숨을 쉬면서 다음 테잎을 집어넣었다. 그 다음 테잎도 패턴은 비슷했으나 그는 일명 B급 이라고 해서 좀 더 가벼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앞에서 그냥 꺼버려서 몰랐으나 일 처리(?) 후의 부상 정도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일의 용의주도함을 느낄 수 있었다. 테즈카 말대로 스즈키는 유능한 학생인 듯 했다. 다른 의미로.
하지만 누군가를 린치하는 현장은 그다지 보고싶지도 않았고, 정확히 말하자면 테잎 내용이 테즈카 개인을 스토킹한 자료에 지나지 않아 나머지 테잎은 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도로 상자에 담던 아토베는 한가지 놓친 것이 있었다. 가장 밑에 깔려있어 상자에서 꺼내보지도 않은 테잎의 라벨의 이름이 '에치젠 료마'였다는 사실을.
다음 날,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등교를 하고, 수업을 받고, 슬렁슬렁 부활동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스즈키가 올 시간이 되었다. 아토베는 점점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았다.
"테즈카, 몸 상태라도 나쁜거야?"
"가쿠..아니 무카히, 신경써주는 건 고맙다만 별 거 아니니 마저 연습하도록."
"뭐..괜찮다면 다행이고."
아토베는 가쿠토에게라도 털어넣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실은 나 방과후에 알지도 못하는 녀석을 때려주러 가야해! 라고. 하지만 결국 털어놓지 못한 채 부활동이 끝나고 말았다. 교복으로 갈아입고 교문으로 향하니 스즈키가 기다리고 있었다.
"와, 덕분에 효테이 교복을 입은 회장님의 모습을 다 촬영해보네요. 이거 아토베상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어련하시겠나."
그렇게 둘은 근처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나머지 학생회 임원들을 간단하게 소개받고 빠르게 본론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아토베의 앞에 깔끔하게 정리된 프린트가 놓여졌다.
"타카하시 오리에....여자애잖아!"
"그럼요. 정의의 학생회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고요. 그리고 다행히 그 학생은 B급이니 살살하셔도 괜찮아요."
그렇게 시작된 브리핑에 의하면 아토베가 할 일은 간단했다. 그냥 살금살금 뒤에 나타나서 뒷통수를 살짝 팡- 날려주고 오면 되는 거라고 스즈키가 설명했다.
"아, 물론 힘조절 잘 하셔야해요. 머리라서 잘못하면 죽을테니까. 그럼 피해를 입는건 저희 회장님이라는 걸 명심해주시고."
"...지금 협박하는건가. 애초에 이런 일을 안하면 될거 아니야!"
"아, 저희도 웬만하면 이 기간엔 안하고 싶은데요, 이 학생이 좀 급해서요. 계속 놔두면 또 교칙을 어기고 날뛸테니. 하지만 회장님도 아토베상에게 회장님의 일을 시키는건 좀 저어하신 듯 하니 당분간 학생회 일도 휴업이지 싶어요."
"...그래도 엄연히 폭력 아닌가?"
"하하하 무슨 말씀을. 저희는 학교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고요. 따라서 아무 학생이나 마구잡이로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교칙 위반자에 한해서."
그런 이유로, 아토베의 정의의 학생회 일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타겟은 친구들과 놀다 귀가하는 관계로 조금 늦은 시간에 진행되었다. 캐비넷 앞에서 망설이는 아토베를 위해 찾아온 테즈카가 친절하게 당구 큐대를 추천해 주었다. 테즈카의 눈물나는 우정에 감동하며 아토베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미리 어느 정도의 강도로 하면 될지 예행연습까지 마치고 나서 아토베와 일행들은 출발하였다. 만일을 대비해서 테즈카도 뒤쪽에서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 말에 스즈키는 대 흥분하며 모두에게 열심히 하자고 독려했다.
[아-아-여기는 쵸코포키. 딸기푸딩님 잘 들리나요-?]
"...아아."
[아토베상- 그게 아니라 그럴 때는 여기는 딸기푸딩, 잘 들린다. 이렇게 말씀하셔야 하는 거라고요-]
"애초에 내가 어째서 딸기푸딩인거냐! 테즈카는 이런 코드네임따위 없다며!!"
[그건 회장님이니까요. 고귀한 회장님은 코드네임따위 필요없지만 아토베상은 대리인이지 회장님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딸기푸딩.]
"이 자식이...."
[아, 타겟 확인 되었습니다. 전방 50미터 밖에서 걸어오는 중. 우와 술마셨나봐요 중학생이...뭐, 덕분에 일이 더 쉽게 되겠네요.메론우유군 준비해주세요.]
뜻하지 않게 세이가쿠의 학생회의 메인임무를 맡게 된 아토베는 비로소 그 네이밍센스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전에 도대체 왜 전부 먹을 것의 이름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스즈키가 해맑은 얼굴로 "아토베상은 요크셔푸딩을 좋아하신다는 정보가 있던데...그러니까 코드네임은 딸기푸딩으로 결정! 에헤헤~" 라고 할 때는 정말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쨌거나 지금 이름이 나온 메론우유는 학생회 서기를 가리키는 이름이었고, 그는 오늘의 목표인 타카하시를 붙잡아두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목표 위치까지 앞으로 10보. 9, 8, 7, 6, 5, 4, 3, 2, 1, Go!]
비디오로도 봤던 작전시작의 알림에 아토베는 손에 땀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누구와 싸워본 적도 없는 아토베는 당연히 누군가를 때려본 경험조차 없었다. 파멸에의 론도는 제외하고. 그런데 갑자기 당구큐대로 처음보는 여학생의 머리를 내려쳐야 하다니. 지금까지 14년 살았지만 인생의 클라이막스라고 해도 좋았다. 아니 잠깐, 클라이막스면 이제 내리막길만 남은거잖아. 그말은 취소. 어쨌거나 시작과 동시에 메론우유는 꺾어진 다른 골목길에서 나타나 반갑게 그녀를 붙잡으며 인사를 했다. 원래 같은 동네에 사는 듯 편하게 대화가 이어졌다.
[자 그럼 다음은 오늘의 게스트 딸기푸딩님의 차례에요. 회장님의 모습을 한 또다른 존재의 이번 미션! 겉과 속이 다르니 그야말로 츤데레? 에? 아냐? 뭐, 어쨌거나 지금 나가주세요. 동시에 피치피치양 동시에 준비해주세요- 회장님 잘 보고 계신거죠? 거기가 제일 잘보이는 특등석이니까요.에헤헤]
뭐가 츤데레고 뭐가 에헤헤냐. 어쨌거나 아토베는 조심스럽게 당구 큐대를 고쳐잡고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타카하시와 대화를 하던 메론우유군 -어쩐지 이름을 불러서는 안될 듯 하여- 이 눈짓으로 신호를 함과 동시에 아토베는 눈을 질끈 감고 연습한대로 위에서 아래로 큐대를 내려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숨어있던 피치피치양이 세 사람이 서있던 곳의 바로 옆집에 있던 화분을 떨어뜨렸다. 이번 작전은 떨어지는 화분에 맞는 사고였기에.
정말 타이밍도 정확하게 아토베가 내려친 큐대 위로 화분이 떨어지며 즐겁게 놀다 집에 가려던 타카하시는 졸지에 이중으로 타격을 입고 쓰러졌다. 그리고 동네 친구역을 하던 메론우유군이 놀란 음성으로 그녀를 부축하고 병원에 데려갔다.
"하아.........끝났다........."
[음, 원래는 위반 교칙을 설명해줘야 하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일테니 눈감아드릴게요. 뭐 이건 나중에 문병간 메론우유에게 시켜도 되고. 그나저나 회장님 보셨어요? 저희의 놀라운 타이밍을! 피치피치가 처음엔 실수도 하더니 이젠 정말 한 사람의 훌륭한 학생회 임원이 되어 전 그저 눈물이 나올 뿐이에요.]
[음, 모두 잘했다. 수고했군.]
[와아- 회장님한테 칭찬받았다-! 저 아이무, 이번에 아토베상의 협조를 받으며 저에게 회장님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주세요 회장님~!]
"자아,그럼 난 이제 가봐도 되는건가?"
[아토베상도 수고하셨어요. 나중에 테잎 하나 더 복사해서 드릴게요.]
"아니, 저..난 괜찮으니까...."
[어쨌거나 아토베상, 그 자리에 너무 오래 있지 마시고 어서 철수하세요. 그럼.]
그 말을 끝으로 마이크가 꺼지는 소리가 나면서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정말 끝났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던 아토베는 약간 어깨를 늘어뜨린 채 집에 돌아가려고 했다. 그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떤가, 아토베."
"아아, 테즈카인가...이런 일까지 하다니 세이가쿠 학생회도 참 큰일이군."
"그게 다 학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즐거운 일이다. 어떤가? 효테이에도 도입시켜 보는건."
"아니...그건 사양하지."
"흐음.유감이군. 그리고..."
"뭐, 나도 공범이나 마찬가지니 비밀로 해두지. 그럼 이만."
"아아."
그렇게 아토베가 테즈카와 잠시 대화를 하려는데 위에서 뭔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둘이 동시에 올려다보니 아까 화분을 떨어뜨릴 때 옆의 화분이 약간 앞으로 같이 밀린 듯 하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점점 밑으로 기울고 있었던 듯, 다른 화분 하나가 막 떨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놀란 아토베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화분이 떨어지는 게 더 빨랐던 탓에 화분의 가장자리에 맞고 말았다. 나머지 반대쪽 가장자리에는 테즈카가 맞았던 듯 잠시 이마를 감싸고 괴로워하던 두 사람은 조금 진정되자 겨우 눈을 뜨고 앞을 볼 수 있었다.
"아...........돌아왔...다?"
"....그런 듯 하군."
"하..하하. 이런 학생회의 비밀업무를 하다가 원래대로 돌아갈 줄이야. 정말 효테이에서도 같은 업무를 해야하는건가?"
"한다면 노하우는 조금 전수해 주겠다만."
"후후 농담이었는데. 뭐 아무튼 결과적으론 잘 되었으니 다시 원래 생활로 돌아가자고. 그럼 다음 대회에서 만나자."
"아아. 기대하고 있도록 하지."
그렇게 서로 돌아서서 각자의 길을 가려는데 다시 거짓말같던 지난 일상을 회상하던 아토베는 문득 떠오르는게 있었다. 카바지와 함께 세이가쿠에 갔던 그 날 테즈카의 말을.
[일단 교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다만.]
"................안되겠는데요."
"그럼 당분간은.............할테니............"
의식이 점점 돌아오며 주위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최소한 자신 외에 2명은 있는 듯 했지만 아직은 머릿속이 몽롱하여 잘 들리지 않았다. 무언가 다투고 있는 느낌도 들었는데, 한 쪽의 목소리는 귀에 익은 듯 하기도 했다. 들려오는 대화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려니 점점 의식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에에- 그건 싫어요! 전 회장님만 따르기로 맹세했다구요!"
"나를 위해서다."
"............히잉."
사내놈이 [히잉]이 뭐냐 [히잉]이! 어쩐지 울컥한 아토베는 그 기세로 눈을 번쩍 떴다. 밝은 형광등 불빛이 눈으로 들어와 눈이 부셨다. 몇 번을 깜박깜박 하고나서 주위를 돌아보자 그곳은 익숙하면서 낯선 곳이었다. 딱봐도 양호실의 느낌이었지만 효테이의 양호실은 아닌, 그런 곳.
"어, 회장님. 이 사람 정신이 들었나봐요."
고맙게도(?) 아토베를 깨우게 한 [히잉]의 장본인인 듯한 목소리가 회장님이라 불리는 사람에게 아토베가 깨어났음을 알렸다. 고개를 돌려 옆을 돌아본 아토베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그곳에 서있던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약 10분 후.
"그러니까 테즈카, 네가 날 구하다 이렇게 되었다고?"
"아아. 카바지에게 들으니 그동안은 너와 그가 바뀌어있었다고 하던데."
"응 그랬지....그러고보니 카바지는?"
"그는 별다른 외상이 없어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시간도 늦었고...다소 기억에 혼란이 있는 듯 했지만 그래도 별 문제는 없어보이더군."
"그런가............."
카바지라도 원래대로 돌아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아토베는 어째서 자신이 침대 위에 있는가를 떠올려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카바지와 함께 저녁밥을 먹은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그 후부터가 공백이었다. 테즈카 말로는 학생회 일을 끝내고 집에 가려는데 나와 카바지가 보여서 연습 시합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뒤따라가는데 갑자기 골목길에 빠른 스피드로 오토바이가 나타나서 그걸 피하려다 하필 피한 곳이 전봇대 쪽이었다나 어쨌다나. 어딘가 말이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지난 번 카바지와 뒤바뀌었을 때의 기억도 정확하지 않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무엇보다 카바지는 괜찮다니 안심이기도 했고. 그런데 이 전개는...
"설마 내가 너 대신 테즈카 쿠니미츠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팔자에도 없는 아토베 케이고가 되었다만."
"맞아요-! 회장님은 그쪽을 구하려다 이렇게 되었는데 그런 말투는 용납할 수 없다구요!"
"..........뭐야 너는."
"세이가쿠의 자랑스러운 학생회장 테즈카 쿠니미츠님을 보좌하는 세이가쿠 부회장, 스즈키 아이무입니다. 사랑의 아이(愛)에, 꿈의 무(夢)를 써서 아이무. 그야말로 회장님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이 이름! 그쵸, 회장님?"
"........................제정신?"
"그는 유능한 학생이다."
"................................어디가?"
어,어쨌거나 아토베가 잠들어 있는 동안 두 사람은 여러모로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한 시험을 해본 듯 했다. 그러고보니 머리에 혹이 나있는 듯도 했다. 설마 때린거냐? 뭐 하여간, 결국 돌아갈 방법이 없어서 대략 당분간 각자 연기를 해야하지 않을까,하고 결론을 내린 듯 했다.
"하지만 나와 카바지는 그렇다고 치고, 우리가 서로의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물론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아, 응."
"다행스럽게도 너와 나는 각자 학생회장 직을 맡고 있으니, 임시 교환학생을 제의한다만. 네 생각은 어떤가?"
"과연...."
"과연 회장님! 생각하는게 남다르세요!"
아토베는 막 자신이 말을 하려는데 먼저 끼어드는 이 부회장이란 놈을 잠시 노려보았다. 테즈카를 따르는 건 좋지만 이건 뭐... 만약 카바지가 이런 타입이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던 아토베는 지금의 현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 제안, 받아들이기로 하지."
"사실 이미 위의 허가를 받은 상태이다. 아토베라는 이름은 이럴 때 편하더군."
".......이 자식이 남의 이름을 마음대로..."
"잠깐, 회장님은 댁도 생각해서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건데 고맙다는 말을 하지는 못할 망정 그 불손한 발언은 뭐죠? 당장 사과하세요!"
"스즈키, 잠시 조용히."
"네...아참, 아이쨩이라니까요-!"
아토베는 다시 한 번 스즈키를 바라보았다. 대화로만 보면 귀여운 여학생이어야 할 이 스즈키 아이무라는 인물은 딱 봐도 시시도 정도의 키에 체격도 좋은 편이었다. 다만 얼굴이 동안이고 웃는 인상이라 귀엽게 보이는 면도 있지만서도...그러고보니 후지와 비슷한 느낌인가? 아니, 후지는 그래도 딱부러지는 느낌이 있지만 눈앞의 이 놈은 천연이란 느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테즈카 천연? 그건 그렇다고치고 자신을 아이쨩이라고 불러달라니 무슨 아이돌도 아니고.
"아, 참고로 회장님의 모습을 한 댁은 아이쨩이라고 불러줘도 기쁘지 않으니까."
"스즈키. 그래도 너보다 학년도 위인 사람에게 댁이라는 호칭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런거 알 나이도 되지 않았나?"
"아, 그러네요 회장님. 죄송해요 아토베상."
...뭐야 이 전개는. 게다가 아무리봐도 테즈카녀석, 이 부회장을 싫어하고 있어? 그렇지 않고서야 당당하게 [너 그 나이에 말버릇이 그게 뭐냐.] 라고 말할리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즈키 아이무라는 인물은 그저 눈을 반짝이며 테즈카의 말을 따를 뿐이었다. 설마 이 놈은 [자유보다 복종을 좋아하는] 그런 부류인건가?
어쨌거나 그렇게 다시 비일상적인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서로 알고보면 그대로 모교에 다니는 것일망정, 겉모습은 타교에 등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차이는 있어도 어느정도 용납될 것이라는 계산하에 -아무래도 남의 학교에선 좀 더 예의를 차려야 할테니- 서로의 행동패턴이나 습관 등을 익혔다. 그리고 모자라는 부분은 테니스부의 도움을 받기로 하기로 하였다. 효테이 쪽은 이미 한 번 경험을 해서인가 이해가 빨랐지만 세이가쿠의 경우엔 이런 비과학적인 일은 처음이었기에 한차례 소란이 일었으나 다행히 납득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토베의 혼이 들어간 테즈카를 보며 에치젠이 다소 기뻐하는 눈치였다.
"자, 이거 참고용이에요."
"이게 뭐지?"
며칠 뒤, 아토베는 방과후에 만난 스즈키로부터 상자를 받아 들고 물었다. 크기로 봐서는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용 테잎이 4,5개 정도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는데, 무게도 딱 그 정도라 대략 비디오 테잎일거라는 추측이 들었다.
"회장님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기 위한 참고 자료에요. 보시면 꽤 도움이 될거에요. 내일부터 다시 학생회 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고..."
"학생회 일? 그건 저쪽의 테즈카가 하는 거 아닌가?"
"에에, 물론 그렇지만 이 일은 회장님이 만일을 대비해서 아토베상에게 피해가 가면 안되겠다고 하셔서요. 뭐, 제가 있으니 피해가 갈리도 없지만 사람 일이라는게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심각하게 말하는데?"
"아..보시면 알아요. 다 보시면 아토베상도 회장님의 얼굴이 아니면 안된다는 걸 아시게 될거에요."
그리고 스즈키는 사라졌다. 아토베는 잠시 의아했지만 일단 비디오를 보기로 결심하였다. 마지막으로 꼭 혼자보라는 주의를 몇 번이나 들었기에 아토베는 부실에서 보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학생회실에 들어가 문을 잠구고 비디오를 재생시켰다.
그러자 세이가쿠의 학생회실이 보이고, 테즈카를 비롯한 몇몇 학생들이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학생회 멤버일테지. 조금 기다리자니 스즈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의 목표는 와타나베 타츠야입니다. 3학년 4반 생이고, 에...그러니까 교칙은 어긴 것은 꽤나 여러번으로 무단 결석이 10번에 땡땡이는 셀 수도 없고...고의로 화학실 비품 파손과 그로 인해 같은반 학생 3명이 약물로 인해 피해를 받았습니다. 그중에 한 학생이 다리쪽에 화상을 입긴 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니고요. 하지만 그 후에 치료비를 요구하자 도리어 피해 학생들을 협박하여 정신적 충격을 입혔습니다. 치료비는 40%를 보험회사가, 30%를 학생이, 그리고 나머지 30%를 학교에서 부담하였습니다. 학생회 예산을 이용해서요. 따라서 그를 S급으로 판단하고 오늘 '처리' 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에? 처리? 처음엔 음, 저런 학생이...하면서 함께 분노하던 아토베는 이어지는 낯선 단어에 잠시 한기를 느꼈다. 학생회 권한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그 학생을 퇴학 시키자거나, 아니면 정학 등의 처분을 내리자는 말이었다면 차라리 이해할 수 있었지만 처리라니...
잠시 뒤 화면이 바뀌었다. 학생회실 안에 있던 캐비넷을 여는 테즈카의 모습이었다.
"회장님, 이번엔 어떤 걸로 하실건가요?"
"으음."
캐비넷이 열렸다. 그리고 아토베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열려진 그 곳에는...검도용 목검을 비롯하여 각종 둔기류(?)가 늘어져 있었다. 궁도용 활도 언뜻 보이고, 무엇보다 놀란 것은........
'저기 쇠파이프가 왜 있는 건데----!'
처음엔 테즈카도 학생회 겸 테니스부를 하고 있으니 다른 임원들도 각자 부활동에 쓰는 도구를 넣어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야구배트도 있고 하였으니. 그런데 왠 쇠파이프... 그런데 마침 테즈카가 문제의 쇠파이프를 집어드는 것이 아닌가.
"와아, 회장님 오늘은 그건 가요? 회장님의 단정함과 쇠파이프의 와일드함이 합쳐져서 그야말로 시너지 효과 4배에요!"
"흠."
화면 속의 테즈카는 별 말 없이 손에 든 그것을 가볍게 휘둘러 보았다. 붕붕-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아토베는 손에 든 리모콘으로 화면을 꺼버리고 싶었지만 손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장면이 바뀌었다. 다시 스즈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쵸코포키. 다들 정위치? 응, 응. 그럼 회장님 모두 준비됐다니 언제라도 오케이에요~]
...뭐냐 쵸코포키는. 설마 암호명? 어쨌거나 인적 없는 골목길을 걸어오는 한 남학생이 보였다. 아마도 와타나베 타츠야일테지. 딱 봐도 사납게 생긴 그는 그 점을 더욱 강조하려는 듯 천박한 표정으로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것으로 보아 스즈키는 그와 마주보는 위치에 있는 듯했다.
[목표 위치까지 앞으로 10보. 9, 8, 7, 6, 5, 4, 3, 2, 1, Go!]
그러자 어디선가 무언가가 날아와 '목표'인 그의 이마를 맞췄다. 파샥-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그의 이마에 맞은 것은 그 병인 듯 했다. 난데없는 수난에 놀라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는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이마를 매만졌다. 아마 병에 든 것은 액체였던 듯 이마를 문지르던 그는 밑으로 약간 흐른 액체를 마저 닦아내기 위해 눈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으아아아아아악------------내 눈-----------------!!!]
[시신경 마비를 확인. 와아 따가울 거 같아~ 레몬은 맛있는데다 유용하기까지 하다니 정말 귀여워요, 그쵸 회장님? 아, 네. 자아 피치피치양 다음 가요~"
...쵸코포키에 이어 피치피치. 웃으면 안될 상황 같지만 누가 지어줬는지 몰라도 네이밍센스 하고는...설마 테즈카는 아닐테지. 어쨌든 계속되는 화면에서는 잘 식별되진 않지만 자세히 보니 안개비슷한 무언가가 보였다. 그의 주변만 공기가 좀 뿌연듯 했기 때문이다. 아니, 연기인가? 어쨌거나 레몬즙에 당해 -이 부분은 역시 중학생 답다고 해야할지- 괴로워하던 그는 그의 주위를 떠돌던 정체불명의 공기를 마시고는 좀 더 휘청거렸다. 설마 수면효과라도 있는 건가? 화면만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빨갛게 충혈되던 눈이 점차 감기는 걸로 봐서는 그런 것 같았다.
[의식이 없어져가는 것 같네요. 그럼 회장님 차례에요-]
그러자 어디에 숨어있었나 그의 바로 뒤에서 테즈카가 나타났다. 평소엔 유연성 없다고 놀림받는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오히려 무서워보였다. 저렇게 표정없는 녀석이었나? 테즈카는 아까 캐비넷에서 꺼낸 쇠파이프를 손에 들고 있었다. 설마...설마...
[표적을 바라보는 회장님의 눈빛은 정말 정의감으로 넘치고 있네요. 과연 세이가쿠의 회장님. 손에 든 쇠파이프가 다소 무거운지 약간 늘어뜨린 모습이 마치 빈 황야에 홀로 서있는 듯한 그런 고독함마저 자아내는데요, 그야 회장님 테니스 라켓보다 무거운 건 잘 들지 않으시지만, 라켓은 사람을 때리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 대의를 위해 수고하시는 회장님을 위해 잠시 묵념을...아,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보여진 광경은...아토베로서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자신이 알던 테즈카 쿠니미츠는 테니스밖에 모르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테니스부 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던... 그런데 눈앞의 테즈카 쿠니미츠라는 사람은, 의식이 멀어져가는 그 '표적'의 다리를 쇠파이프로 내려 찍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바닥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끝내 '으득' 소리가 나자 그때서야 멈추었다. 그리고 그 행위를 하는 동안 테즈카는 자신이 지금까지 본 것중에 가장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쓰러진 그, 와타나베 타츠야가 저지른 교칙 위반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저 피로 물든 쇠파이프를 한 손에 든 채 다른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시는 회장님은 정말 경박한 표현을 쓰자면 모에 그 자체네요! 와타나베도 이걸로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으련만. 앗 약간 더우신지 교복 윗 단추를 한 개 풀고 계신 회장님의 모습 역시 그림같아요. 아아...회장님... 아무튼 끝난 거 같으니 이제 제 차례인 것 같네요.]
설마 죽인 다거나...아토베가 긴장하여 마른 침을 삼키는 동안 테즈카는 쇠파이프를 버리고 유유히 사라져갔다. 그리고 남겨진 스즈키는 그가 버리고 간 쇠파이프를 한 번 안아보고는 그 와중에 볼에 뭍은 피를 닦고 가져온 긴 가방안에 잘 챙겨넣었다.
[에, 여기 묻은 피는 나중에 처리하고- 으음..출혈이 있긴 하지만 그리 심한 것 같진 않음. 골절상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음. 이정도면 대충 뺑소니로 위장하면 될 것 같네요. 그러려면 다른 곳에도 타박상이 남아있는 편이 좋겠어요.]
그렇게 말한 스즈키는 가방 속에서 작은 망치 비슷한 것을 꺼낸 후 뺑소니 타박상이란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꽤 여러번 해본 솜씨인 듯 능숙하게 작업을 마친 후, 잠시 고민하는 가 싶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자동차가 급정거한 흔적이 없네요. 하다못해 오토바이라도... 뭐, 이런 골목길에서 급정거해봐야 크게 흔적이 남지도 않겠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증거를 만들어두죠. 그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학교에서 만나요~]
그리고 다시 가방을 뒤지던 스즈키는 작은 씨디플레이어 겸 카셋트를 꺼낸 후 씨디를 골라 넣고는 재생버튼을 눌렀다. 골목길 가득히 울려퍼진 그 소리는...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정지하는 소리였다.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까지.
그 때 아토베의 핸드폰이 울렸다. 깜짝 놀란 아토베가 허둥지둥 전화를 받자 건너편에서 지금까지 계속 듣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토베상? 지금 비디오 보시는 중이었죠?
-어,어어...
-아마 맨 위에것부터 보셨다면 와타나베 타츠야편을 보셨겠네요. 회장님의 그 거친 동작이 꺄~참을 수 없이 멋졌던 바로 그것!
-네 놈들은...대체 뭐하는 놈들이지?
-...뭐긴요, 정의를 수호하는 세이가쿠 학생회지. 아, 참고로 걔 죽은거 아니니까요. 병원에 이동되어서 그냥 다리에 깁스 좀 하다 퇴원했을 뿐이니까.
-...그래서 원하는 게 뭐지?
-에이, 다 아시면서 내일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설마 안한다고는 안하시겠죠? 안해도 상관없지만, 그럼 저희 회장님이 하실 수 밖에 없는데.
-....내일 어디로 가면 되는거지?
-아, 걱정마세요. 제가 테니스부 활동 끝날 쯤에 모시러 갈테니 부활동 하고 계세요. 그럼 내일 뵈요-
물론 아토베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하면 자신의 모습을 한 테즈카가 저 일을 할테고...그쪽이 오히려 싫었다. 그냥 테즈카의 모습을 한 자신이 하는 게 더 내가 하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화를 받는 동안 꺼놨던 테잎을 꺼내고 아토베는 한숨을 쉬면서 다음 테잎을 집어넣었다. 그 다음 테잎도 패턴은 비슷했으나 그는 일명 B급 이라고 해서 좀 더 가벼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앞에서 그냥 꺼버려서 몰랐으나 일 처리(?) 후의 부상 정도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일의 용의주도함을 느낄 수 있었다. 테즈카 말대로 스즈키는 유능한 학생인 듯 했다. 다른 의미로.
하지만 누군가를 린치하는 현장은 그다지 보고싶지도 않았고, 정확히 말하자면 테잎 내용이 테즈카 개인을 스토킹한 자료에 지나지 않아 나머지 테잎은 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도로 상자에 담던 아토베는 한가지 놓친 것이 있었다. 가장 밑에 깔려있어 상자에서 꺼내보지도 않은 테잎의 라벨의 이름이 '에치젠 료마'였다는 사실을.
다음 날,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등교를 하고, 수업을 받고, 슬렁슬렁 부활동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스즈키가 올 시간이 되었다. 아토베는 점점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았다.
"테즈카, 몸 상태라도 나쁜거야?"
"가쿠..아니 무카히, 신경써주는 건 고맙다만 별 거 아니니 마저 연습하도록."
"뭐..괜찮다면 다행이고."
아토베는 가쿠토에게라도 털어넣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실은 나 방과후에 알지도 못하는 녀석을 때려주러 가야해! 라고. 하지만 결국 털어놓지 못한 채 부활동이 끝나고 말았다. 교복으로 갈아입고 교문으로 향하니 스즈키가 기다리고 있었다.
"와, 덕분에 효테이 교복을 입은 회장님의 모습을 다 촬영해보네요. 이거 아토베상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어련하시겠나."
그렇게 둘은 근처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나머지 학생회 임원들을 간단하게 소개받고 빠르게 본론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아토베의 앞에 깔끔하게 정리된 프린트가 놓여졌다.
"타카하시 오리에....여자애잖아!"
"그럼요. 정의의 학생회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고요. 그리고 다행히 그 학생은 B급이니 살살하셔도 괜찮아요."
그렇게 시작된 브리핑에 의하면 아토베가 할 일은 간단했다. 그냥 살금살금 뒤에 나타나서 뒷통수를 살짝 팡- 날려주고 오면 되는 거라고 스즈키가 설명했다.
"아, 물론 힘조절 잘 하셔야해요. 머리라서 잘못하면 죽을테니까. 그럼 피해를 입는건 저희 회장님이라는 걸 명심해주시고."
"...지금 협박하는건가. 애초에 이런 일을 안하면 될거 아니야!"
"아, 저희도 웬만하면 이 기간엔 안하고 싶은데요, 이 학생이 좀 급해서요. 계속 놔두면 또 교칙을 어기고 날뛸테니. 하지만 회장님도 아토베상에게 회장님의 일을 시키는건 좀 저어하신 듯 하니 당분간 학생회 일도 휴업이지 싶어요."
"...그래도 엄연히 폭력 아닌가?"
"하하하 무슨 말씀을. 저희는 학교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고요. 따라서 아무 학생이나 마구잡이로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교칙 위반자에 한해서."
그런 이유로, 아토베의 정의의 학생회 일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타겟은 친구들과 놀다 귀가하는 관계로 조금 늦은 시간에 진행되었다. 캐비넷 앞에서 망설이는 아토베를 위해 찾아온 테즈카가 친절하게 당구 큐대를 추천해 주었다. 테즈카의 눈물나는 우정에 감동하며 아토베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미리 어느 정도의 강도로 하면 될지 예행연습까지 마치고 나서 아토베와 일행들은 출발하였다. 만일을 대비해서 테즈카도 뒤쪽에서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 말에 스즈키는 대 흥분하며 모두에게 열심히 하자고 독려했다.
[아-아-여기는 쵸코포키. 딸기푸딩님 잘 들리나요-?]
"...아아."
[아토베상- 그게 아니라 그럴 때는 여기는 딸기푸딩, 잘 들린다. 이렇게 말씀하셔야 하는 거라고요-]
"애초에 내가 어째서 딸기푸딩인거냐! 테즈카는 이런 코드네임따위 없다며!!"
[그건 회장님이니까요. 고귀한 회장님은 코드네임따위 필요없지만 아토베상은 대리인이지 회장님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딸기푸딩.]
"이 자식이...."
[아, 타겟 확인 되었습니다. 전방 50미터 밖에서 걸어오는 중. 우와 술마셨나봐요 중학생이...뭐, 덕분에 일이 더 쉽게 되겠네요.메론우유군 준비해주세요.]
뜻하지 않게 세이가쿠의 학생회의 메인임무를 맡게 된 아토베는 비로소 그 네이밍센스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전에 도대체 왜 전부 먹을 것의 이름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스즈키가 해맑은 얼굴로 "아토베상은 요크셔푸딩을 좋아하신다는 정보가 있던데...그러니까 코드네임은 딸기푸딩으로 결정! 에헤헤~" 라고 할 때는 정말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쨌거나 지금 이름이 나온 메론우유는 학생회 서기를 가리키는 이름이었고, 그는 오늘의 목표인 타카하시를 붙잡아두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목표 위치까지 앞으로 10보. 9, 8, 7, 6, 5, 4, 3, 2, 1, Go!]
비디오로도 봤던 작전시작의 알림에 아토베는 손에 땀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누구와 싸워본 적도 없는 아토베는 당연히 누군가를 때려본 경험조차 없었다. 파멸에의 론도는 제외하고. 그런데 갑자기 당구큐대로 처음보는 여학생의 머리를 내려쳐야 하다니. 지금까지 14년 살았지만 인생의 클라이막스라고 해도 좋았다. 아니 잠깐, 클라이막스면 이제 내리막길만 남은거잖아. 그말은 취소. 어쨌거나 시작과 동시에 메론우유는 꺾어진 다른 골목길에서 나타나 반갑게 그녀를 붙잡으며 인사를 했다. 원래 같은 동네에 사는 듯 편하게 대화가 이어졌다.
[자 그럼 다음은 오늘의 게스트 딸기푸딩님의 차례에요. 회장님의 모습을 한 또다른 존재의 이번 미션! 겉과 속이 다르니 그야말로 츤데레? 에? 아냐? 뭐, 어쨌거나 지금 나가주세요. 동시에 피치피치양 동시에 준비해주세요- 회장님 잘 보고 계신거죠? 거기가 제일 잘보이는 특등석이니까요.에헤헤]
뭐가 츤데레고 뭐가 에헤헤냐. 어쨌거나 아토베는 조심스럽게 당구 큐대를 고쳐잡고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타카하시와 대화를 하던 메론우유군 -어쩐지 이름을 불러서는 안될 듯 하여- 이 눈짓으로 신호를 함과 동시에 아토베는 눈을 질끈 감고 연습한대로 위에서 아래로 큐대를 내려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숨어있던 피치피치양이 세 사람이 서있던 곳의 바로 옆집에 있던 화분을 떨어뜨렸다. 이번 작전은 떨어지는 화분에 맞는 사고였기에.
정말 타이밍도 정확하게 아토베가 내려친 큐대 위로 화분이 떨어지며 즐겁게 놀다 집에 가려던 타카하시는 졸지에 이중으로 타격을 입고 쓰러졌다. 그리고 동네 친구역을 하던 메론우유군이 놀란 음성으로 그녀를 부축하고 병원에 데려갔다.
"하아.........끝났다........."
[음, 원래는 위반 교칙을 설명해줘야 하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일테니 눈감아드릴게요. 뭐 이건 나중에 문병간 메론우유에게 시켜도 되고. 그나저나 회장님 보셨어요? 저희의 놀라운 타이밍을! 피치피치가 처음엔 실수도 하더니 이젠 정말 한 사람의 훌륭한 학생회 임원이 되어 전 그저 눈물이 나올 뿐이에요.]
[음, 모두 잘했다. 수고했군.]
[와아- 회장님한테 칭찬받았다-! 저 아이무, 이번에 아토베상의 협조를 받으며 저에게 회장님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주세요 회장님~!]
"자아,그럼 난 이제 가봐도 되는건가?"
[아토베상도 수고하셨어요. 나중에 테잎 하나 더 복사해서 드릴게요.]
"아니, 저..난 괜찮으니까...."
[어쨌거나 아토베상, 그 자리에 너무 오래 있지 마시고 어서 철수하세요. 그럼.]
그 말을 끝으로 마이크가 꺼지는 소리가 나면서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정말 끝났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던 아토베는 약간 어깨를 늘어뜨린 채 집에 돌아가려고 했다. 그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떤가, 아토베."
"아아, 테즈카인가...이런 일까지 하다니 세이가쿠 학생회도 참 큰일이군."
"그게 다 학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즐거운 일이다. 어떤가? 효테이에도 도입시켜 보는건."
"아니...그건 사양하지."
"흐음.유감이군. 그리고..."
"뭐, 나도 공범이나 마찬가지니 비밀로 해두지. 그럼 이만."
"아아."
그렇게 아토베가 테즈카와 잠시 대화를 하려는데 위에서 뭔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둘이 동시에 올려다보니 아까 화분을 떨어뜨릴 때 옆의 화분이 약간 앞으로 같이 밀린 듯 하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점점 밑으로 기울고 있었던 듯, 다른 화분 하나가 막 떨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놀란 아토베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화분이 떨어지는 게 더 빨랐던 탓에 화분의 가장자리에 맞고 말았다. 나머지 반대쪽 가장자리에는 테즈카가 맞았던 듯 잠시 이마를 감싸고 괴로워하던 두 사람은 조금 진정되자 겨우 눈을 뜨고 앞을 볼 수 있었다.
"아...........돌아왔...다?"
"....그런 듯 하군."
"하..하하. 이런 학생회의 비밀업무를 하다가 원래대로 돌아갈 줄이야. 정말 효테이에서도 같은 업무를 해야하는건가?"
"한다면 노하우는 조금 전수해 주겠다만."
"후후 농담이었는데. 뭐 아무튼 결과적으론 잘 되었으니 다시 원래 생활로 돌아가자고. 그럼 다음 대회에서 만나자."
"아아. 기대하고 있도록 하지."
그렇게 서로 돌아서서 각자의 길을 가려는데 다시 거짓말같던 지난 일상을 회상하던 아토베는 문득 떠오르는게 있었다. 카바지와 함께 세이가쿠에 갔던 그 날 테즈카의 말을.
[일단 교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다만.]
사실 이번엔 분위기상 이모티콘을 좀 넣어보고 싶었는데 그럼 너무 쵸딩(...)스러워 보일까봐 참았어요. 하지만 부회장 대사엔 꼭 >ㅂ<// 이런거 넣어줘야 할 것 같지 않나요?;;
아니면 (...) 투성이인 아토베라던가.
비테니프리 캐릭터들의 이름은 일본싸이트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어요.
...랄까 어째 다른 임원들도 나오는데 이름이 나오는건 부회장 뿐;;
어쨌거나, 예-전에 세이지의 마지막 리퀘로 썼던 글의 그분;이 네타인거 맞고요-
따라서 그걸 읽어보신 분은 왕자의 반응도 어째서인지 아시리라 믿어요. 랄까, 어차피 학교에 있는건 아토베 얼굴의 즈카니까 별로 달라질 것도 없는데 이런 조삼모사 같은 녀석......
(아차, 당시 설정상 왕자는 사고 당시의 기억은 잃은 상태. 그러니까 본능적 공포)
자, 그럼 어서 자고 일어나서 또 면접 다녀올게요.
하아..붙어도 괴롭고 떨어져도 괴로울 것 같아요.
그럼 좋은 밤 되세요.
덧1) 사실 기획이 네버엔딩 체인지;였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 제3자를 등장해서 다시 한 번 쾅! 할까 했지만 일단 여기서 잠시 끝을 맺어요. 왜냐하면 아토베도 제대로 학교생활 좀 하고 있으라고-_-......
덧2) 사실은 저 부회장이 촬영한 비디오 제가 제일 보고 싶어요. 아아, 꽃즈카 얼마나 예쁠까.....
Posted by 케라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