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올리게 돼서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는데다가,
어느새 주제와 동떨어진 결말이 되어버려서 더욱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길게 썼으니 이걸로 봐줘! 하는 느낌으로 올립니다.
아..지금 나갔어야 했는데 언제 나가서 언제 도착한다-_-;
어쨌거나, 리퀘스트의 주제는 '쵸타와 사나다의 티타임'이었고, 그 후에 누굴 내보내면 좋겠어?라는 물음에 '킨타로'라고 대답해서 억지로나마(...)집어넣었습니다.
티타임의 경우엔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어서 정말 힘들게 쵸타만 해냈...(으하하)
어떤 식으로 써야할까 고민끝에 제가 잘하는건 장황하게 주절주절 설명하는 것 밖에 없다 싶어서 그냥 손가는대로 마구 썼어요.
자, 그럼 고고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덥기는 하지만 습도는 그다지 높지 않아 드물게 쾌청한 날.
모처럼 좋은 날씨여서일까, 오늘따라 유난히 지나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밝은 느낌이다.
웃음은 전염된다고 했던가... 그 때문인가 늘 웃는 인상이긴 해도 오늘따라 더 밝은 표정의 후지는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분수대 근처에 걸어가 앉았다.
"훗. 이런 곳에서 놀고 있어도 되는건가, 후지 슈스케."
갑자기 생긴 그림자의 주인을 찾아 올려다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눈물점. 그리고 자신만만한 미소.
"헤에- 역시, 오늘은 아토베도 웃을 정도로 좋은 날씨구나."
"무슨 헛소리냐. 그보다 오늘은 네가 제안한 요리를 소개하는 날 아니었던가?"
"역시 운영위원장님. 사실은 도청기라도 설치한거 아냐? 그리고 그거라면 너무 맵다고 이미 탈락."
"훗. 그야 그렇겠지. 그건 그렇고..."
"................어, 잠깐만."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아토베의 말을 끊고 후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풀숲에서 뭔가 반짝였던 것 같은데.
카메라를 잠시 아토베에게 맡긴 후지는 반짝이는 '그것'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혹시 또 다른 카메라? 물론 가능성이야 있지만 카메라라면 후지가 다가가는 시점에서 이미 촬영하던 사람은 도망갔을 테고. 비디오 카메라라면...
하지만 정답은 어이없게도 플로피 디스켓이었다.
윗부분의 스틸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던 것일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물건에 후지는 왠지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도촬같은거, 사실 '공개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그렇지 후지 본인이 제일 많이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스켓이었어."
"흥. 별 거 있을거라고 생각한 네가 이상한거지."
그 말에 후지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별 거 있을지도 몰라. 이거, 이누이의 디스켓이니까."
어느새 두 사람은 아토베의 개인실에 들어와있었다.
다른 학교에 재학중인 후지 슈스케와 아토베 케이고.
물론 이런저런 시합에서도 몇 번 마주쳤고, 둘 다 중학 테니스계에서는 꽤나 유명인사니 어느새 인사 정도는 하는 사이는 되어있었지만- 그것 뿐이었다.
최근엔 합동 학원제 덕분에 대화의 폭이 좀 더 넓어지기는 했지만 그것도 대개는 학원제와 관련된 이야기 뿐이었고, 대화 시간의 짧음이야 말할 것도 없고.
아토베는 열심히 아토베의 개인 노트북에 디스켓용 드라이버를 연결하는 후지를 새삼 바라봤다.
아토베 자신도 부원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꽤나 '강제적이다'라는 말은 듣는 편이지만 눈 앞의 후지 슈스케는 자신보다 더 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천하의 후지 슈스케가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재미있을거 같은데, 같이 안볼래?"
라고 한다면 뿌리치지 못할 거라고 아토베는 생각했다.
그게 비록 에로비디오도 아니고 -물론 자신이 그런 저속한 물건을 볼리는 없지만- 이상한 이론으로 가득할 데이터 파일이라고 해도.
"어?"
후지의 놀란 듯한 음성에 아토베는 겨우 생각을 멈추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눈이 부시도록 밝은 모니터에 뜬 것은 단 하나의 문서 파일이었다.
무려 파일 이름도 '이누이의 극비 데이터'. 도대체 왜 본인의 디스켓에 저장하면서 파일 이름에까지 이름을 넣었는지 조금은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본인이 없는 관계로 아토베는...
일단 클릭해버렸다.
[이누이 사다하루의 특별 연구, 릿카이대학부속중학교 테니스부 부부장 3학년 사나다 겐이치로와 효테이학원 테니스부 소속 2학년 오오토리 쵸타로의 상관관계에 관한 보고서]
".........길군."
".........기네."
후지가 거의 반강제적으로 자신의 개인룸까지 들어와서 자신의 소중한 노트북을 멋대로 -물론 "써도 되지?" 라고는 했지만 대답도 듣기전에 켜버린다면 그야말로 멋대로 아닌가- 쓰는 모습엔 다소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클릭한 건 자신이긴 해도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댄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이제는 후지보다 아토베가 더욱 흥미가 생겨버렸다.
어처구니 없다면 없는 제목이긴 해도 그 '사나다'와 '오오토리'의 상관관계라니. 효테이의 부장으로서도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라고 아토베는 스스로를 합리화시켰다.
[[이누이 사다하루의 특별 연구, 릿카이대학부속중학교 테니스부 부부장 3학년 사나다 겐이치로와 효테이학원 테니스부 소속 2학년 오오토리 쵸타로의 상관관계에 관한 보고서]
이 데이터는 '사실'이 아닌 '사실에 가까운' 데이터임을 일단 명시해둔다. 기본적인 데이터 수집, 정리는 나, 이누이 사다하루에 의해 행해졌고, '사나다 겐이치로'의 자료 제공에 '야나기 렌지'가 '오오토리 쵸타로'의 자료 수집에 '단 타이치' 그리고 이 둘의 상관관계를 보다 상세하게 알기 위한 시나리오 작업이 '미즈키 하지메'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거 꽤나 본격적인데."
"잠자코 스크롤이나 내려."
[이 조사의 시작은 단순하다. 운영위원 회의가 끝나고 나서의 일이다. 회의실에서 나가는 학생들이 무심결에 말하는 자신의 학교의 정보는 매우 유용하다. 그런 고로 나는 회의실 밖 화분에 숨어...]
"이런 부분은 좀 건너뛰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당장 그 화분은 없애버려야겠군."
[..........."오오토리군이 따라주는 차가 제일 좋을 것 같아." 라고 테니스부 소속 운영위원이 다른 부 소속의 효테이 운영위원들에게 이야기했다. 이유인 즉 여학생들에게 친절한 편인 오시타리 유시, 그리고 붙임성있게 다가와주는 무카히 가쿠토가 타코야키 쪽으로 빠진 이상, 아토베 케이고가 제안한 그 카페에서 소위 '아가씨의 기분'을 느끼게 해줄 만한 인물은 오오토리 쵸타로밖에 없다는 게 그녀의 의견이었다.
아토베는 아무래도 원래의 이미지도 강하다보니 멋진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어딘지 불편할 것 같다면서. 그녀의 의견엔 나도 찬성이다.
아토베의 진가는 멀리서 바라볼 때 나타나는 것이지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 아니다.]
"헤에- 그래서 지금 아토베는 여자친구 없어?"
"..............흥."
"자아, 지금은 나도 없으니 비긴걸로 하고, 어디 계속 볼까?"
[그건 그렇고 오오토리 쵸타로. 확실히 효테이의 테니스부 내에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고르라면 아토베 케이고의 다음으로 나와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부드러운 말투, 다정한 행동. 심지어 외모, 목소리 모두 꽤나 품격높은 가정교육을 받아왔음을 나타내고 있다.
계속해서 아토베와 비교하는 것은 문장으로서는 실격이지만 이보다 더 효율적인 것이 있을까. 어쨌거나, 아토베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언행이 주는 인상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유럽 귀족체계에 비교하자면 하나는 황제를 대하는 인상, 즉, 그의 카리스마에 끌려 복종하게 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마치 신흥귀족의 막내아들과 같은 버릇없음이 그것이다. 물론 실제의 아토베의 리더십 등을 생각하면 전자에 더 가깝지만, 잘 모르는 이가 본다면 아마도 저런 식의 극과 극의 인상을 받을 것이다.
그에 비해 오오토리는 매우 안정적이다. 비유하자면 백작가의 둘째 아들의 느낌이랄까. 신분적으로는 가문을 이어야하는 장남에 비해 자유로우면서도 지체높은 집안답게 특유의 고귀함을 지녀 무의식중에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타입이다. 물론 본인에게 야망이 있다면 이야기는 또 별도이지만...본 연구는 그것과는 관계없이 단지 '이미지'가 우선하기 때문에 이것은 다음으로 하기로 한다.]
"................."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아토베를 옆눈길로 슬쩍 바라본 후지는, 아무말없이 스크롤을 내렸다.
[그렇다면 본 연구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야 말할 것도 없이 '티타임'에 관한 것이다. 애초에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이 앞서 말한 여학생의 말 한마디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효테이의 테니스부에서 열심히 준비중인 거대한 카페는 조사에 의하면 내부 장식 또한 빅토리아조에 의거한 고전양식이라고 한다. 판매량등을 고려할 때 주메뉴는 역시 간단한 식사, 그리고 홍차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의상 또한 내부장식에 맞춰 턱시도 계열이겠지. 하지만 나의 연구는 이곳에서 막히고 말았다. 일단 이쪽 계열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을 뿐더러 없는 것을 상상하는 능력이 나에게는 약간 부족한 편이다. 나의 특기과목은 이과계열에 집중되어 있으니. 때문에 나는 이 분야에 있어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미즈키 하지메를 찾아갔다. 그 당시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보기로 한다.]
"쿡쿡. 이누이..이러면서 은근히 자랑하기는."
".......내부장식 등은 아직 비밀일텐데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또 화분 뒤인가."
[내가 찾아갔을 당시 미즈키는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 펜으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지금 바쁜가? 조금 묻고싶은 것이 있는데."
"이거이거, 세이가쿠의 이누이군이 아닌가요. 우훗, 저에게까지 찾아오다니 꽤나 다급한 문제인 것 같군요."
확실히 다급했기에 나는 본론부터 이야기했다.
"효테이의 오오토리 쵸타로의 홍차 마시는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은데."
"..........................진심입니까."
물론 진심이고말고. 하지만 상대방을 놀라게 한 것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므로 대강의 앞뒤를 설명하였다. 그제서야 미즈키는 이해했다는 듯이 말했다.
"흠...과연. 이런 망상까지는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긴 하군요."
그러고보니 성루돌프 역시 카페였던가. 게다가 미즈키는 꽤나 홍차에 일가견이 있다고 들었으니 나름대로 라이벌 의식을 느낄 수 있다고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런 중요한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닫다니, 나도 아직 멀었군.
"그런데 이누이군, 데이터 테니스로 유명한 이누이군도 아직 멀었군요.우훗."
"그건 무슨 의미지."
미즈키는 또 한 번 예의 '우훗'하는 웃음을 짓고는 할 수 없으니 가르쳐준다는 식의 표정을 지었기때문에 조금은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애초에 미즈키의 도움이 필요하여 찾아간 것은 나이니 할 수 없지.
"먼저, 효테이쪽의 카페 내부 장식이 빅토리아 조에 의거한 고전양식이라고 했나요. 이런 데이터는 매우 유용합니다만... 제대로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요. 분명 아토베는 간단한 식사가 아닌 꽤나 고급 요리를 내놓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아마 회전율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높은 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작전일 거라고 추측합니다만."
".............과연."
"그리고 또 하나, 아토베가 신경써서 준비할 메뉴는 홍차가 아니라 커피입니다. 그 사람...커피에 꽤나 까다로우니까요."
"호오, 과연. 그런 데이터를 갖고 있다니 놀랍군."]
후지는 집중해서 모니터를 가까이서 본 탓인가 조금 피곤한 듯이 눈을 떼며 말했다.
"흐응- 미즈키가 말한거 진짜야? 메뉴라던가."
"뭐, 그렇다고 해두지."
"헤에- 그렇구나."
또다시 빙글빙글 웃는 후지의 시선에 아토베는 조금 불편함을 느끼며 약간 화가 난 듯한 말투로 물었다.
"왜 그렇게 웃는거지."
"그냥, 아토베는 미즈키와 사이 좋은 친구구나 싶어서."
"흥. 너란 녀석은..."
"정말 눈치가 빠르다고?"
그 말을 하며 후지는 빠른 속도로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뭐, 이런 부분은 읽지 않아도 될테지. 시간 문제도 있고 하니,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자."
[...해서 오오토리 쵸타로에 관한 개인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혼자서 티타임을 가질 경우, 그리고 또 하나는 누군가와 함께일 경우. 두 번째의 경우는 다시 여러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크게는 친구와 함께일 경우와 가족과 함께일 경우이다. 친구는 또 다시 여러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사귀는' 여자친구와 단둘일 경우, '그냥 동급생인' 여자친구와 단둘일 경우, 역시 비슷하게 '좀더 특별한' 동성의 친구와 함께인 경우...등등 세세히 분류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나 여기서는 간략하게 2가지로만 분류하도록 하겠다. 그 분류의 내용은 다음부터 설명하는 본론에서 확인하는 것으로 하자.
(1) 오오토리 쵸타로의 티타임
1) 혼자일 경우
인간은 어떤 경우에 혼자가 되는가? 대개의 경우는 정신적인 이유가 클 것이다. 스트레스가 쌓였다거나, 원인이 어떻든 그날따라 왠지 센티멘털한 기분이라거나 등등.
그렇다면 오오토리 쵸타로의 경우는 어떠할까. 나의 추측컨데 그도 분명 정신적인 이유일 것이다. 원인은 기분전환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오오토리 쵸타로는 다정다감한 성격이라고 알려져있다. 혹자는 천연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으나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단 타이치에게 그의 조사를 맡겨 얻어낸 결과에 의하면 그는 내내 웨이터역을 위해 경어를 연습하고, 어트렉션을 위한 악보를 손으로 건반을 치는 동작을 하면서 외우는 한편, 어디선가 자고 있던 아쿠타가와 지로를 깨워 데려가고, 무카히 가쿠토가 나르던 짐을 대신 운반해주고, 그 와중에 조사중인 단 타이치에게 쪼그리고 장시간 있으면 피곤할거라면서 비타민 음료까지 사서 쥐어주었다고 한다.(단 타이치가 정찰중에 들킨것은 다소 문제가 있으나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이러한 조사결과와 내가 독자적으로 수집한 자료로 미루어볼 때, 오오토리 쵸타로는 '황금률의 율법'에 의거해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황금률의 율법이란 남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남에게 해줄 것을 의미하는데, 그는 '그러니까 남을 배려하지 않으면'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엔 그런만큼 자신에게도 어떠한 보답 -그것이 상대가 그저 '고맙다'라고 느끼는 정도일지라도- 을 원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여하간 그런 그가 혼자인 시간을 원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서 잠시 떨어져 있고 싶은 기분일 때라고 추측할 수 있다. 언제나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가장 피곤한 일이고, 그것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무엇보다 큰 법이다. 특히 오오토리 쵸타로처럼 사람을 좋아하는 타입에겐 무엇보다 더.
그래서 그는 피아노를 치는 것이 아닐까.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가 연주하는 것이 어떤 곡일지, 나로서는 그다지 추측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대체적으로 라흐마니로프 계열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어떤 곡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분명, 오오토리 쵸타로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과정 자체로 마음의 평정을 얻는 것일 테니까. 연주에 몰입하면 몰입할 수록 사소한 잡생각은 사라지게 되고, 어느새 '모두에게 보여지는' 오오토리 쵸타로로 돌아가게 된다.
사실 피아노 연주라는 것은 꽤나 체력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음계를 정확하게 내기 위해서는 가장 힘이 부족한 새끼손가락까지 동일한 힘을 넣을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장시간 하면할수록 체력소모는 커지기 마련이다. 즉, 스포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때 마시는 차는 과연 어떤 것일까. 간단하게는 테니스 연습이 끝날 때와 마찬가지로 물로 해결할 수도 있고, 좀 더 격식을 차린다고 해도 아이스티 정도가 아닐까. 혼자 있는 만큼 평소보다 러프한 옷차림에, 마시는 것도 어쩌면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수도 있겠지만, 이건 비약이 심한 듯 하고, 단 타이치의 관찰에 의하면 그는 약간 혼잣말을 하는 타입인 듯 하니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연주에 대해서, 지금 마시고 있는 아이스티의 맛에 대해서, 그리고 오늘 있었던 조금 '신경쓰였던' 일에 대해서.
2) 누군가와 함께인 경우
2-1) 가족과 함께인 경우
가족과 함께라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역시 식사 후, 그것도 저녁식사 후 일 것이다. 가족 전체가 '가장' 모일만한 시간은 어느 가정이나 저녁시간일 테니까. 단란하게 모인 가족들이 갖는 식사시간, 아마 오오토리 쵸타로의 가족들은 식사 중엔 그다지 대화가 많은 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입안에서 음식물을 씹으며 말을 하는 것은 사실 동양의 관점에서 본다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니 말이다. 그런 고로, 이 가족의 진정한 '가족간의 대화'는 식사 후에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오오토리 쵸타로의 부모님은 그에게 커피 같은 것은 내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가 밖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에 대해서까지 '금지'는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집안에서는 마시지 못하게 할 것으로 사료된다. 어쨌거나 그는 아직 미성년자니. 이런 것의 권한은 대개 어머니가 갖고 있으니, 오오토리 쵸타로의 어머니가 가장 그에게 추천할 만한 것은 밀크티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따뜻한 것으로.
물론 이 밀크티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티백이 아닌 홍차잎을 먼저 우려낸 후, 우유를 타는 정통법에 의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도 꽤나 부잣집 도련님이니까. 나의 예상으로 우유까지 까다롭게 고를 것 같지만 어느 우유가 최고의 밀크티의 맛을 이끌어낼지 솔직히 자신이 없기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물론 미즈키에게도 자문을 구했지만 그는 "아무리 밀크티라고 해도, 홍차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우유가 아니라 홍차잎입니다." 라고 일축해 버렸다. 그가 그렇다면 그런걸지도.
어쨌거나 이 단란한 가족은 쇼파에 둘러 앉아 쿠키, 혹은 과일-역시 메론일까?-과 함께 꽤나 우아한 티타임을 가질 것이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고 있는 오오토리도 가족들 앞에서는 다소 수다쟁이가 될 듯 하다. 그가 이때 주로 할 대화는 바로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테니스부의 모두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과 테니스 연습을 할 때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돌아와서 가족들과 갖는 이 시간을 '내'가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등. 그다지 돌려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는 그는 가족앞에서는 누구보다 직선적인 사람이 될 것 이다.
2-2) 여자친구와 함께인 경우
어쩌면 이 부분이 본 연구의 핵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일단 오오토리 쵸타로가 사귈 여학생이 누구일지 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연 그 행운의 주인공은 누구일 것인가. 미인타입? 귀여운 타입? 활발한 편? 차분한 편? 음...일단 나의 예상으로는 오오토리 쵸타로와 사귀기 위해서는 음악과 스포츠를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클래식에 박식하진 않아도 유명한 몇몇 곡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고,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그를 응원할 정도의 적극성도 필요하다. (물론 함께 테니스를 친다는 것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일단 잘 몰라도' 좋아하는 그가 좋아하는 것이니 좀 더 많이 알고싶다는 생각을 갖게되니까. 게다가 오오토리 쵸타로의 성격상 이런 성격의 여자친구는 퍽 잘 맞는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궁금해하는 것을 자신이 해결해줄 수 있다는 것은 즉,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필요로 해준다는 것이고, 이것은 그의 천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역시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성격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오오토리가 어느날 호기심 많은 그녀와 함께 데이트에 나갔다고 가정하자. 의상은 아마도 세미 캐주얼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보통 중학교 2학년생 남자아이들과 달리 데이트 때 게임센터를 간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형뽑기라면 몇 번 해볼지도. 어쨌거나 일반적으로 그의 성격을 생각할 때 영화관, 연주회, 혹은 스쿼시장 정도일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의 스쿼시는 나중에 테니스로 가기 위한 포석이랄까, 좀 더 좁은 실내에서 공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은데다가, 길거리 테니스장에 여자친구와 함께라면 그곳의 무리들이 시끄러울테고 등등의 이유로 인해.
뭐, 어디부터 갔건 최종목적지는 식사 후 이어지는 카페이다. 원래 여자들은 천성적으로 카페를 좋아하니까. 물론 남자 중에도 후지같은 예외가 있지만-이때 미즈키가 말했다. "차를 즐길 줄 아는 것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품격 높은 문화입니다!" 그렇군. 예외는 많이 있었군.- 우리들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카페에 가는 것을 그다지 반겨하진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오오토리 쵸타로는 현재 좋아하는 그녀가 원한다면 카페 쯤이야 얼마든지 가줄터이다. 게다가 가까이 마주보며 마음껏 대화도 할 수 있으니 어쩌면 대환영일지도. 그녀의 의자를 빼주는 매너를 발휘한 오오토리 쵸타로가 선택할 것은 아이스 카페라떼와 역시 그다지 달지 않은 뉴욕 치즈 케익. 아이스 카페라떼는 단순히 현재 글을 작성하는 지금이 여름이기에 아이스로 설정했다. 겨울이 된다면 비엔나 커피 정도겠지. 이들이 시간을 보낼 카페는 인터넷이건, 오시타리에게 물어봐서건 오오토리 쵸타로가 데이트 전날 조사해서 알아낸 카페 오너가 직접 여러가지 화분을 가꾸고 있는 다소 아담한 카페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 때 이들이 나눌 대화는 물론 '우리'에 대한 것이다. '우리'학교의 사카키 선생님은 정말 특이하다던가 같은 소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다음 '우리'는 어디서 데이트를 할까? 같은. 한참 연애할 때라면 '서로'에 대한 대화도 물론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은 '우리'로 돌아가고 만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네'가 좋아하는 음식과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도 결국은 '우리'는 그래서 어울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결론이 나고 마니까.
2-3) 동성 친구와 함께인 경우
이것은 상대가 한 명인 것인가, 아니면 한 명 이상인 것인가와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을 가정하고 이렇게 한 테마로 묶어보았다. 동성 친구라하면 즉, 오오토리 쵸타로에게 있어서 대개는 테니스부원 내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상대가 누구냐하는 것은 다소 미묘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함께 특훈한 사이인 시시도 료와는 또 다른 연습메뉴에 관해 이야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히요시 와카시에게 하듯 까다로운 선생님이 내준 2학년 공통 숙제에 관한 대화는 불가능하다. 이렇듯 1:1의 대화는 누구와 함께하건 조금씩 변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예시한 대화가 여럿이 있을때도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대답은 '아니오' 다. 테니스 부원들이 모두 다함께 미팅 비슷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정식적인 미팅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부원들의 대화는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이 때 이들이 나눌 대화의 80%는 테니스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오오토리가 시시도에게 다음 연습 메뉴에 관해 말을 꺼내는 것이 어려울까? 이것도 역시 대답은 '아니오'다. 다만 둘만 있을 때와의 차이점은 역시 '모두'의 의견이다. 그들의 생각에 예상치못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사람은 무카히일 수도 있고, 아쿠타가와일 수도 있다.
다음 히요시와의 숙제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두 사람만이 대화에 참가할 경우, 속된말로 '그런 선생을 씹어가며' 대화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모두'와 이야기할 경우 오오토리에게 대부분은 3학년 선배들이 대화상대가 된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며 적절한 어드바이스를 해줄 지도 모른다.
이런 때 음료의 선택이라면...일반적으로 테니스부 연습이 끝나고 혹은 방과 후에 식사까지 끝낸 뒤 일테니 그가 선택할 만한 메뉴라면 녹차라떼(생크림 제외)가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은 이제 쉬어도 되니 마시기에 편하면서 적당히 달콤쌉싸름한 것으로.
3) 결론
굳이 번호를 붙이긴 했지만 결론은 매우 간단하다. 앞서 말했듯 이것은 '사실에 가까운' 데이터이므로 실제와는 다소 오차가 발생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데이터에 의거한 오오토리 쵸타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뿐이다. 물론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어느정도 상담은 가능하다. 하지만 오오토리 같은 타입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까지 남에게 말할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그와의 티타임-이라고 썼지만 결국은 대화-은 늘 밝고 따뜻한 분위기이다. 오오토리의 성격이라면 상대방과의 대화가 언제나 긍적적인 방향으로 가길 원할테니까. 다만 문제는 상대방이 누구냐 하는 것인데, 앞에서 나는 '황금률의 율법'을 언급한 바 있다. 즉, 상대방이 계속해서 부정적이고, 혹은 올바르지 못한, 아니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적의를 나타낸다면 그는 상대방과 자신의 '긍정적인 관계'를 위해 정말로 쉽게 '절연'을 선언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식의 무례한 상대방은 의식적으로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오오토리의 사고방식을 배신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적절히 맞춰준다면 그는 기꺼이 당신의 든든한 친구, 혹은 조력자가 되어줄 것이다. 언제까지나.]
"헤에, 이거 꽤나 자세하게 분석했는데. 대체 이런거 어디다 쓰는걸까?"
"...내가 아나. 다만, 녹차라떼(생크림 제외)라는 부분은 정말로 오오토리 녀석을 정확하게 보고 있는 것 같군."
"어,정말? 쿡쿡. 굉장한데, 이누이. 그럼 사나다군은 과연 어떠려나-"
[본 연구의 주제가 전혀 상관관계가 없어보이는 것은 나도 인지하고 있는 바이다. 어째서 이런 주제를 설정하게 되었는가. 애초에 나는 효테이의 그 여학생의 발언에 의해 오오토리 쵸타로의 상황별 티타임에 관해 분석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의 기본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인관계와 그에 따른 대처를 분석하는, 그런 것 말이다. 그런데 그 때, 우연히 만난 렌지는 나의 연구과제에 대해 듣고는 흥미롭다는 듯이 말하였다. 그 당시의 대화를 다시 그대로 옮겨보기로 한다.
"호오, 그렇다는 것은 효테이의 오오토리는 상황에 따라 사뭇 다른 행동패턴을 보여준다는 것이군. 나의 데이터를 봐도 어느정도 추측할 수 있었지만 직접 할 줄이야. 사다하루."
"뭐어...그저 흥미가 있어서다. 렌지."
렌지가 나의 데이터를 인정해주는 듯해서 사실 조금 기뻤다는 것은 논외로 하고, 계속해서 프린트아웃 된 페이퍼를 넘겨보던 렌지는 계속해서 말하였다.
"확실히, 티타임이라는 건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 그것은 '대화의 시작'이라고 해도 좋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지."
"예외?"
물론 세상 이치가 수학처럼 돌아가는 것은 아니니 어디나 예외는 있기 마련이지만 렌지가 말하는 예외는 조금 다른 듯했다.
"언제 어디서나 같은 패턴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사다하루. 그리고 그 예외의 인물은 가까이에 있지."
"......사나다인가."
"지금까지 나의 데이터에 의하면, 겐이치로는 언제 어느 장소에서나 음료는 우롱차. 대화는 70%가 테니스. 나머지 30%는 검술, 건강 관리, 학업에 관한 것이었다. 상대가 누구나에 관계없이 대화 내용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굉장하다면 굉장한 것이겠지만."
그 때 나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오직 하나였다. 이렇게 정반대의 두 사람을 비교하면 어떨까 하는. 그래서 나는 애초의 오오토리의 연구에 사나다를 더하기로 하였다.]
"아토베는 사나다랑 자주 대화하는 편 아냐? 주니어 선발 때도 함께였고. 이거 사실이야?"
"....나의 경우엔 100% 테니스에 관한 거랄까. 연습 시합 한 번 해보자라던가 등등."
"헤에- 나같은 경우는...응, 이름 정도만 간신히 알 던 때였는데 갑자기 다가와서 "흠. 좋은 기술을 가졌는데, 기술 이름은 직접 짓는건가." 라고 물어던 적이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지만 솔직히 조금 놀랐었어."
"과연. 친분도 없는데 갑자기 그런걸 묻다니. 굉장하다면 굉장하군 그래."
"그런데 에이지는 풀네임조차 잘 모르던 시기에 사나다에게 갑자기 "그런 플레이는 높은 스테미너를 요구하니 평소 고기를 많이 먹어두는 것이 좋다."라는 말까지 들었다지 뭐야. 쿡쿡."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후에 '굴욕의 사나다 어록'으로 전해질 내용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후지의 말을 들으며 아토베는 그저 어깨를 떨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조금 진정된 두 사람은 다시 모니터에 눈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2) 사나다 겐이치로의 티타임
그런 관계로, 앞의 오오토리와 같은 양식으로 분류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그를 분석하면 좋은 것일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 일정하다는 사나다의 대화 패턴을 분석해 보기로 하였다. 패턴은 크게 2가지로 나누고자 하는데, 그 하나는 물론 테니스고 또 하나는 그 외의 나머지가 되겠다.
1) 테니스에 관한 화제
사실 주제가 티타임이긴 했지만 사나다는 우롱차 외엔 마시지 않는 다고 하니-아니 마신다고 해도 이온 음료라던가 녹차 정도-앞서 분석한 오오토리와 같은 메뉴 선별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다. 그러니 '어떠한 차를 마시며 어떠한 경우에 어떠한 대화를 한다'라는 패턴은 더이상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인다. 보고서라면 응당 일정한 패턴과 규칙에 의해 분석되어 보는 이가 알기 쉽게 하는 것이 기본이거늘. 하지만 우롱차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어쨌거나, 렌지의 말을 빌리자면 분명 그의 대화의 70%는 테니스에 관한 것이라고 하였다. 물론 나도, 그리고 내가 아는 우리 세이가쿠의 테니스 부원들도 대개는 테니스에 관한 대화가 많은 편이다. 당연하게도 우리들은 테니스 부원이고, 학교 생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니까.
따라서 사나다 겐이치로의 대화의 대부분이 테니스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그다지 놀랄 만한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사나다는 성격상 일직선이라고 해야할까, 나쁘게 표현하자만 하나 밖에 못보는 것이고, 좋게 표현하자면 초지일관...아니 무언가에 빠지면 저절로 생활도 그것 중심으로 바뀌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사나다의 대화패턴의 '그 외'에 속하던 30%를 봐도 그 중 건강 관리도 테니스를 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치기 위함이고, 학업 또한 학생의 본분임과 동시에 원활한 부활동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테니스지, 그 범위는 정말 넓다. 예를 들어, 그는 릿카이대부속중학교 테니스부의 부부장직을 맡고 있으니 같은 간부인 유키무라 세이이치와 야나기 렌지와 함께 있는 경우엔 앞으로의 연습 메뉴라던가 특정 부원의 현재 상태라던지, 다른 학교의 정보에 관해 이야기 할 것이다. 즉, '토론'이다. 하지만 마루이 분타나 키리하라 아카야 등을 상대하는 그는 자신이 돌봐야할 부원들이다. 따라서 대화는 연습에 대한 권유와 모두가 자신을 따르게 할 절대적인 실력행사같은 것이다. 굳이 축소하자면 '조정과 동기부여'이다.
하지만 그가 가족들에게 하는 테니스에 관한 이야기는 또박또박 잘 해나가고 있는 학교 생활의 일부분이 된다. 사나다가의 사람으로써,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고, 또한 성과마저 내고 있다,라는 것으로, 집안의 어른들에게는 '일상과 안심'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테즈카 쿠니미츠와 대화하는 그는 또 어떠한가. 테즈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나다는 라이벌 의식으로 꽉 차있는 한 명의 테니스 선수이다. 이 때의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경쟁'이다.
즉, 같은 화제를 말하고 있지만 사나다 겐이치로의 '태도'는 상대방에 의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의 태도란 공손하다, 예의바르다, 혹은 건방지다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특정 화제에 대한 자신의 위치를 말하는 것이다. 즉, 테니스부 부부장으로서의 자신, 사나다가의 막내 아들로서의 자신, 그리고 누군가를 라이벌로 생각하며 정진하는 자신 등으로 현재 자신의 위치에 맞추어 동일한 화제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때 사나다 겐이치로의 '진짜 태도'에 대해 말해보자.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속된말로 하자면 주제파악이 잘 되어있다는 말이다. 실제의 사나다는, 과연 그러한가? 사실 집안에서의 사나다의 모습은, 나로서는 알길이 없다. 아마 테즈카라면 집안끼리 친분-이라고 해야할까-이 있는 사이이니 어느정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테니스 코트 위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을 상기해보자. 사나다는 언제나 지나칠 정도로 확신적이다. 자신의 태도에 1%의 망설임도 없다는 뜻이다. 이런 예를 들게 되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어떤 부원의 일을 이유도 듣지않고 바로 손이 올라간다는 것 또한 사나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매우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은 '영광스러운 릿카이대부속중 테니스부의 부부장, 사나다 겐이치로'이고 그 위치에 맞는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나다와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대화하는 상대 또한 자신의 위치에 맞는 화제를 꺼내는 것이 포인트이다. 예를 든다면, '부장'으로서의 유키무라 세이이치, '참모'로서의 야나기 렌지로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참으로 관료적이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사나다에게도 의외성은 있다. 만약 마루이 분타가 '일반 부원'의 입장으로서 연습에 불만을 제기한다면 '부부장'인 사나다는 야나기 등과 완벽하게 만들어낸 연습에 이유없이 불평만 많은 놈-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나 사나다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보다 복식에 강한' 혹은 '팀내에서 가장 발리가 특기'인 마루이 분타가 연습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건 당연히 일리있는 의견이 되어버린다는 뜻이다.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사나다 겐이치로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나다는 '명예중시파'라고도 바꿔말할 수 있다. 늘 '자랑스러운 우리 릿카이대부속중'으로 시작하는 말버릇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그의 평소의 태도 자체가 그러하다. 사나다가 언제나 자신의 위치,즉 입장에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면 그만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는 말도 된다. 따라서 상대방도 그렇게 해주기를 원하는 것이고, 또 그러한 상대방의 의사 또한 존중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사나다는 생각한다. 어째서 테니스의 화제가 명예까지 왔느냐고 묻는다면, 이런 말은 조금 웃길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은 아직 중학생에 불과하고, 테니스가 우리 세계의 거의 전부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지켜내고 싶은 무언가가 각자에게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사나다에겐 명예의 형태로 나타난 신념인 것이다.
2) 그 외의 화제
앞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사나다에게 테니스를 제외하고 나니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여기서 한가지 묻고싶은 것은, 모두에게 사나다 겐이치로의 인상은 과연 어떠한가-하는 것이다. 흔히 사나다는 테즈카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전통적인 가풍부터 시작해서 행동과 성격까지. 그리고 그 공통된 성격이라는 것이 바로 '유연성 부족'인데,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나도, 그리고 우리 부원들도 테즈카에게 '표정이 딱딱하다'라는 식으로 놀리는 일은 간혹 있지만 실제 성격까지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보다 다소 유연성이 부족할수는 있지만 그것은 옛날일이고, 1학년 시절 그 사건 이후로 보다 임기응변에 능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 것은 테즈카가 테니스부 부장임과 동시에 학생회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일 처리에 있어 테즈카는 모두에게 공정하고 엄격함과 동시에 자상하다.(자상하다는 표현은 다소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배려심이 있다는 말로 고쳐야할까.)
반면에 사나다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초지일관이다. 특히 테니스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나다에겐 언제나 자신만의 룰이 있으며 그것은 자신도, 남도 깨서는 안될 절대적인 것이다. 위치에 관한 대화는 바로 그 룰을 깨지 않는 한도내에서 그에게 '좋게' 접근하는 방법이었다. 그런 사나다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면이 있으니 바로 '테니스 외의 대화'를 할 때이다.
테니스에 관한 사나다에겐 확신하다못해 자신감이 넘친다. 그만하면 실력도 있다고 자부할 수 있고, 전국대회 우승도 해냈으니 그야 당연할지도. 그렇지만 그 외의 부분에선 어이없을 정도로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또 사나다의 또 다른 일면이다. 게다가 그 모습은 언제나 강하기만 한 테니스부 부부장으로서의 행동패턴과 충돌하면서 그 갭을 더욱 넓히고 있는 것이다.
예를들면, 부부장으로서의 사나다는 언제나 명령을 내리는 것에 익숙해져있지 모두와 함께 의견을 교환하며 일처리를 하는 경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모두의 과제는 바로 학원제를 보다 훌륭하게 성사시키는 것에 있고, 알다시피 학원제는 테니스가 아니지 않은가. 학원제같은 성질의 것은 사실 모두가 비슷비슷한 것을 생각해서 만들어내는 이 이벤트이고, 이 때 필요한 것은 남과 하나라도 다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즉, 창조력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사나다보다는 마루이 분타나 니오 마사하루 쪽이 더 출중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사나다는 자신의 생각대로 부원들에게 주어진 일을 자신이 생각한 순서대로 맡길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다고 그를 전제군주 쯤으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것은 아토베 케이고 한 명으로 충분하니까. 사나다는 단지 자신의 행동에 대해 깨닫고 있지 못할 뿐이다. 따라서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사나다에게 그의 행동의 오류를 지적하여 스스로 깨닫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사나다에게 어떻게 네가 틀렸다는 말을 하냐고? 앞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자신의 '위치'를 말하라고.
게다가 사실, 그가 취약한 부분은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 그것은 '감정'이다. 사나다는 집안 교육부터가 꽤나 엄격한 편이라고 렌지는 말한 바 있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가족 모두가 아침 식사를 하고, 학교에 등교해서, 수업이 끝나면 테니스부 활동을 하고, 돌아오면 다시 가족 모두가 저녁 식사를 한 후, 검술 훈련을 하고, 학교 숙제를 한 다음 잠자리에 든다-라는 같은 일상을 매일같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평일이라면 나, 그리고 우리들도 그다지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방과 후에 몇몇이 몰려서 패스트푸드 점에 간다던가, 주말에는 영화를 보러간다던가 하는 소소한 일상이 있다. 사나다에겐 바로 그것이 없는 것이다. 물론 그가 문화 생활을 전혀 즐기지 않는 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문화 생활이라고 해도 서예 같은 것에 집중되어 있어서 보통의 중학생인 우리들과 갖고있는 정서적인 면이 좀 많이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따라서 테니스 외의 대화를 할 때는 그것에 관해 유념하길 바란다. 우리가 매주 보는 인기 버라이어티 방송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러한 일상적인 주제로 대화를 하고 싶을 때는 먼저 사나다에게 왜 그 방송이 인기인가, 그리고 나는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가하는 점들을 미리 설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그도 인간인 이상 재미있다라는 감정 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테니스도 재미있으니 흥미가 생기고, 흥미가 있으니 열심히 하는 게 아닌가. 다만 그 원초적인 감정인 '재미있다' 라는 것을 본인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게 된다면 사나다 겐이치로 또한 그동안 자신이 느끼고 있었지만 뭐라고 해야할지 알 수 없었던 그 무언가에 대해 확실히 깨닫게 된다. 뭔가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기분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그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3) 결론
역시 결론이라고 썼지만 사나다 겐이치로의 경우 대개는 앞에서 결론까지 맺고있으니 딱히 더 쓸 말은 없다. 따라서 반복해서 정리하는 기념으로 몇 줄 쓰자면 사나다는 사람들을 대하는 패턴이 일정한 반면 그 자신은 자신에게 자신이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에 따라 양 극단으로 갈린다는 것이다.
테니스에 관한 화제는 자신이 있는 부분이니 그와의 룰, 다시 말하면 위치의 명확화만 잘 해낸다면 의사 소통은 빠른 편이다. 기본적으로 바보가 아니니 상대방에 무엇에 관해 말하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 지는 금방 알아차리고 또 행동으로 옮기는 것 또한 빠르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화제에 관해서는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시작은 매우 힘들다고 느낄 수 있다. 무엇을 말해도 해이하다고 할 뿐이고, 조금만 아니라고 생각해도 화제를 전환하거나 아니면 다른 할 일이 있으니 무시하고 가버릴지도 모른다. (뭐,당연하게도 화제도 테니스고, 할 일도 테니스다.) 그러나 가까이에 야나기 렌지라는 훌륭한 모범사례가 있지 않은가. 렌지의 말에 의하면 그는 사나다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 후 그 때 느낀 사나다의 감정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정확히 일러주고 어떻게 행동하면 좋겠다는 어드바이스를 겸함으로써 사나다의 신뢰를 얻었다고 하였다. 그러니 먼저 그의 일상에 흥미를 갖고, 또 그와 동시에 자신의 일상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말해준다면 그 역시 어느새 신세계에 들어간 기분으로 당신의 말을 주의깊게 경청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두 사람은 다시 일단 모니터로부터 눈을 들었다.
후지는 아까부터 해주고 싶은 말을 이제 하게 되어 유감이라는 듯 빠르게 말을 꺼냈다.
"그래서, 전제군주 아토베 케이고님. 감상은?"
"시끄러워- 그럴듯 하지만 이것의 어디가 티타임이라는 건지-"
"음, 이누이가 추천하는 방법으로 우롱차를 마시면서 해봐."
"그런짓까지 하면서 사나다랑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헤에, 방금 '친해지고 싶지 않다'라고 말해버렸어?"
"후지! 너란 녀석은 대체..."
후지에겐 조금만 틈을 보여도 금방 치고 들어온다고 아토베는 생각했다. 친분이 그다지 없어도 '테니스에 관한 화제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사나다의 일화를 듣고 어느정도 납득하며 '역시 보통은 아니군.' 이라고 느꼈지만 그걸 말하는 후지야말로 '아무 화제나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아토베는 이 속모를 녀석을 좀 더 경계해야겠다고 느끼는 한편, 좀 더 알고싶다고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아토베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후지는 다시 마우스 커서를 내리고 있었다.
"헤에, 아토베, 이거 봐. 이 다음은 무려 [미즈키 하지메의 시나리오, 사나다와 오오토리가 사석에서 만났을 때]라는 내용인데?"
뭐 그런 것까지...라고 딴지를 걸고 싶었지만 당사자인 이누이는 이 자리에 없고, 뭐라고 썼나 궁금하기도 해서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려는 때 갑자기 후지의 바지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아, 테즈카다. 에-여보세요."
마저 페이지를 내리라는 듯이 후지가 손짓을 하여, 아토베는 잠자코 노트북을 바라보는데, 수화기를 뚫고 테즈카의 목소리는 밖으로 까지 들려왔다. 마치 그쯤에서 하던 걸 멈추라는 듯이.
"도대체 어디서 하던 일을 땡땡이치고 놀고있는 건가. 카페쪽에 이누이와 에치젠 둘만 일하고 있던데!"
"에? 그치만 아까 내가 만든 요리들이 하나같이 맵다면서 이누이와 에치젠이 먹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갔는걸.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 나도 그냥 대강 정리하고 나온건데."
"그 이누이와 에치젠은 한참 전에 돌아와서 일하고 있다. 돌아오지 않은건 너뿐이다."
"어, 정말? 그치만 내가 땡땡이 치는건 다 이누이 때문인걸."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거냐! 돌아오면 그라운드 10바퀴니 그렇게 알도록."
툭. 하고 전화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후지는 잠시 손에 든 핸드폰을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도로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그럼, 미안하지만 난 이쯤에서 가보도록 할게. 디스켓은..."
"뭐, 나도 이쯤이면 됐다. 가져가서 돌려주던지 갖던지 마음대로 해."
아토베는 더이상 흥미 없다는 투로 디스켓을 돌려주며 말했다.
후지는 디스켓을 돌려받고 후후-하고 웃고는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꾸깃-하더니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놀란 아토베가 할 말을 고르는 동안 후지가 말했다.
"덕분에 이 더운날 달리기 하게 생겼으니 이정도는 괴롭혀도 괜찮겠지. 어차피 이누이 노트북에 원본 파일 있을테고."
그렇다고 남의 것을 그렇게 버리냐. 따지고보면 멋대로 읽은 건 너잖아!
.......라고 아토베는 말하고 싶었지만 후지가 은근히 '너도 공범이야.'라고 눈으로 말하는 듯해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문앞에 선 후지는 빙글-하고 아토베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재미있었어. 지금은 어서 가야하지만 다음에 마주치면 핸드폰 메일주소라도 교환하자구. 그럼-"
"어이,후지."
갑작스럽게 후지를 세우는 아토베의 목소리에 후지는 반쯤 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아토베를 바라보았다.
아토베는 노트북에서 드라이버를 분리하는 손을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훗. 이몸의 핸드폰 번호를 알게 되는걸 영광으로 생각하라구."
"후후, 그래. 자, 그럼 다음에 또."
후지가 나간 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토베는 바보같이 자신이 잠시 꿈을 꾼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냉방이 잘되는 넓은 방에 후지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었다.
아까까지 읽던 글을 다시 생각하며 아토베는 잠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읽지못한 뒷내용이 조금 신경쓰임과 동시에 아토베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자신과 사나다라면, 자신과 후지라면, 아니면 자신과...
그 때 쿵쿵쿵-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아토베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문을 두드리던 주인은 꽤나 다급했던지 들어오라는 말이 들리기도전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제대로 기분이 상한 아토베가 화를 내려는 찰나, 그를 화나게 한 주인의 말이 더 빨랐다.
"아토베군! 운영위원장이라면, 적어도 외부인의 출입을 잘 막았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미즈키?"
"뭡니까, 그런 얼빠진 반응은. 아니 그런것보다, 지금 왠 시골에서 상경한 듯한 남자아이가 저희 카페에서 내놓을려고 준비중인 음식을 다 먹어치우고 있단 말이에요! 힘이 어찌나 센지 우리 부원들이 모두 막으려고 해도 역부족이란 말입니다!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겁니까. 운영위원장 아토베 케이고씨!"
미즈키는 화가 끝까지 난 듯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아토베는 처음에 미즈키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으나 곧 열린 문쪽으로 정말 굉장한 소란이 일어난 듯 비명소리 비슷한 것들이 들려오자 금방 상황파악을 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손으로 핸드폰의 단축번호를 누르며 밖으로 나가는 아토베의 뒤를 미즈키가 따라가며 계속 말하였다.
"정말- 갑자기 들어와서는 「여기 코시마에는 없어?」라고 하더니 테이블위의 음식을 보자마자 달려드는데..."
아토베는 핸드폰을 귀에 갖다대며 예의 그 미소를 지으며 옆에서 불안 반, 분노 반의 표정으로 걷고있는 미즈키를 바라보았다.
"아, 카바지. 지금 당장 경비들을 성루돌프 부스로 집결시켜. 사고다."
빠르게 걸어가며 통화를 하던 아토베는 핸드폰의 플립을 닫고 뛰기 시작했다. 미즈키는 조금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아토베는 계속 달려가며 말했다.
"그런 티타임따위, 궁금하면 다과회라도 열어서 같은 자리로 붙여버리면 되지. 이몸과 너처럼."
"........에?"
"자, 침입자가 다 먹어버리기 전에 어서 가자구. 내가 먹을 것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하하-"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아토베군!"
앞으로 달려가며 말하고 있어서 아토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수 없는 미즈키였다. 그 때 눈 앞에 난장판이 된 자신들의 테이블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도착한 카바지와 경비원들이 예의 그 소년을 바깥으로 내보내고 있는지 이번엔 출구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부원들은 진이 빠졌는지 여기저기 주저앉아 있었고, 그 사이를 아토베가 왔다갔다 하면서 파손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부상자는 없는지 등을 세심하게 살피는 아토베를 보며 미즈키는 생각했다.
대충 정리가 끝나면 아토베에게 그가 즐겨하지 않는 홍차라도 한 잔 대접해야겠다고. 그가 칭찬해준 자신이 만든 스콘과 함께.
덥기는 하지만 습도는 그다지 높지 않아 드물게 쾌청한 날.
모처럼 좋은 날씨여서일까, 오늘따라 유난히 지나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밝은 느낌이다.
웃음은 전염된다고 했던가... 그 때문인가 늘 웃는 인상이긴 해도 오늘따라 더 밝은 표정의 후지는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분수대 근처에 걸어가 앉았다.
"훗. 이런 곳에서 놀고 있어도 되는건가, 후지 슈스케."
갑자기 생긴 그림자의 주인을 찾아 올려다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눈물점. 그리고 자신만만한 미소.
"헤에- 역시, 오늘은 아토베도 웃을 정도로 좋은 날씨구나."
"무슨 헛소리냐. 그보다 오늘은 네가 제안한 요리를 소개하는 날 아니었던가?"
"역시 운영위원장님. 사실은 도청기라도 설치한거 아냐? 그리고 그거라면 너무 맵다고 이미 탈락."
"훗. 그야 그렇겠지. 그건 그렇고..."
"................어, 잠깐만."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아토베의 말을 끊고 후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풀숲에서 뭔가 반짝였던 것 같은데.
카메라를 잠시 아토베에게 맡긴 후지는 반짝이는 '그것'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혹시 또 다른 카메라? 물론 가능성이야 있지만 카메라라면 후지가 다가가는 시점에서 이미 촬영하던 사람은 도망갔을 테고. 비디오 카메라라면...
하지만 정답은 어이없게도 플로피 디스켓이었다.
윗부분의 스틸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던 것일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물건에 후지는 왠지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도촬같은거, 사실 '공개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그렇지 후지 본인이 제일 많이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스켓이었어."
"흥. 별 거 있을거라고 생각한 네가 이상한거지."
그 말에 후지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별 거 있을지도 몰라. 이거, 이누이의 디스켓이니까."
어느새 두 사람은 아토베의 개인실에 들어와있었다.
다른 학교에 재학중인 후지 슈스케와 아토베 케이고.
물론 이런저런 시합에서도 몇 번 마주쳤고, 둘 다 중학 테니스계에서는 꽤나 유명인사니 어느새 인사 정도는 하는 사이는 되어있었지만- 그것 뿐이었다.
최근엔 합동 학원제 덕분에 대화의 폭이 좀 더 넓어지기는 했지만 그것도 대개는 학원제와 관련된 이야기 뿐이었고, 대화 시간의 짧음이야 말할 것도 없고.
아토베는 열심히 아토베의 개인 노트북에 디스켓용 드라이버를 연결하는 후지를 새삼 바라봤다.
아토베 자신도 부원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꽤나 '강제적이다'라는 말은 듣는 편이지만 눈 앞의 후지 슈스케는 자신보다 더 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천하의 후지 슈스케가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재미있을거 같은데, 같이 안볼래?"
라고 한다면 뿌리치지 못할 거라고 아토베는 생각했다.
그게 비록 에로비디오도 아니고 -물론 자신이 그런 저속한 물건을 볼리는 없지만- 이상한 이론으로 가득할 데이터 파일이라고 해도.
"어?"
후지의 놀란 듯한 음성에 아토베는 겨우 생각을 멈추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눈이 부시도록 밝은 모니터에 뜬 것은 단 하나의 문서 파일이었다.
무려 파일 이름도 '이누이의 극비 데이터'. 도대체 왜 본인의 디스켓에 저장하면서 파일 이름에까지 이름을 넣었는지 조금은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본인이 없는 관계로 아토베는...
일단 클릭해버렸다.
[이누이 사다하루의 특별 연구, 릿카이대학부속중학교 테니스부 부부장 3학년 사나다 겐이치로와 효테이학원 테니스부 소속 2학년 오오토리 쵸타로의 상관관계에 관한 보고서]
".........길군."
".........기네."
후지가 거의 반강제적으로 자신의 개인룸까지 들어와서 자신의 소중한 노트북을 멋대로 -물론 "써도 되지?" 라고는 했지만 대답도 듣기전에 켜버린다면 그야말로 멋대로 아닌가- 쓰는 모습엔 다소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클릭한 건 자신이긴 해도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댄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이제는 후지보다 아토베가 더욱 흥미가 생겨버렸다.
어처구니 없다면 없는 제목이긴 해도 그 '사나다'와 '오오토리'의 상관관계라니. 효테이의 부장으로서도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라고 아토베는 스스로를 합리화시켰다.
[[이누이 사다하루의 특별 연구, 릿카이대학부속중학교 테니스부 부부장 3학년 사나다 겐이치로와 효테이학원 테니스부 소속 2학년 오오토리 쵸타로의 상관관계에 관한 보고서]
이 데이터는 '사실'이 아닌 '사실에 가까운' 데이터임을 일단 명시해둔다. 기본적인 데이터 수집, 정리는 나, 이누이 사다하루에 의해 행해졌고, '사나다 겐이치로'의 자료 제공에 '야나기 렌지'가 '오오토리 쵸타로'의 자료 수집에 '단 타이치' 그리고 이 둘의 상관관계를 보다 상세하게 알기 위한 시나리오 작업이 '미즈키 하지메'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거 꽤나 본격적인데."
"잠자코 스크롤이나 내려."
[이 조사의 시작은 단순하다. 운영위원 회의가 끝나고 나서의 일이다. 회의실에서 나가는 학생들이 무심결에 말하는 자신의 학교의 정보는 매우 유용하다. 그런 고로 나는 회의실 밖 화분에 숨어...]
"이런 부분은 좀 건너뛰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당장 그 화분은 없애버려야겠군."
[..........."오오토리군이 따라주는 차가 제일 좋을 것 같아." 라고 테니스부 소속 운영위원이 다른 부 소속의 효테이 운영위원들에게 이야기했다. 이유인 즉 여학생들에게 친절한 편인 오시타리 유시, 그리고 붙임성있게 다가와주는 무카히 가쿠토가 타코야키 쪽으로 빠진 이상, 아토베 케이고가 제안한 그 카페에서 소위 '아가씨의 기분'을 느끼게 해줄 만한 인물은 오오토리 쵸타로밖에 없다는 게 그녀의 의견이었다.
아토베는 아무래도 원래의 이미지도 강하다보니 멋진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어딘지 불편할 것 같다면서. 그녀의 의견엔 나도 찬성이다.
아토베의 진가는 멀리서 바라볼 때 나타나는 것이지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 아니다.]
"헤에- 그래서 지금 아토베는 여자친구 없어?"
"..............흥."
"자아, 지금은 나도 없으니 비긴걸로 하고, 어디 계속 볼까?"
[그건 그렇고 오오토리 쵸타로. 확실히 효테이의 테니스부 내에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고르라면 아토베 케이고의 다음으로 나와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부드러운 말투, 다정한 행동. 심지어 외모, 목소리 모두 꽤나 품격높은 가정교육을 받아왔음을 나타내고 있다.
계속해서 아토베와 비교하는 것은 문장으로서는 실격이지만 이보다 더 효율적인 것이 있을까. 어쨌거나, 아토베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언행이 주는 인상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유럽 귀족체계에 비교하자면 하나는 황제를 대하는 인상, 즉, 그의 카리스마에 끌려 복종하게 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마치 신흥귀족의 막내아들과 같은 버릇없음이 그것이다. 물론 실제의 아토베의 리더십 등을 생각하면 전자에 더 가깝지만, 잘 모르는 이가 본다면 아마도 저런 식의 극과 극의 인상을 받을 것이다.
그에 비해 오오토리는 매우 안정적이다. 비유하자면 백작가의 둘째 아들의 느낌이랄까. 신분적으로는 가문을 이어야하는 장남에 비해 자유로우면서도 지체높은 집안답게 특유의 고귀함을 지녀 무의식중에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타입이다. 물론 본인에게 야망이 있다면 이야기는 또 별도이지만...본 연구는 그것과는 관계없이 단지 '이미지'가 우선하기 때문에 이것은 다음으로 하기로 한다.]
"................."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아토베를 옆눈길로 슬쩍 바라본 후지는, 아무말없이 스크롤을 내렸다.
[그렇다면 본 연구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야 말할 것도 없이 '티타임'에 관한 것이다. 애초에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이 앞서 말한 여학생의 말 한마디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효테이의 테니스부에서 열심히 준비중인 거대한 카페는 조사에 의하면 내부 장식 또한 빅토리아조에 의거한 고전양식이라고 한다. 판매량등을 고려할 때 주메뉴는 역시 간단한 식사, 그리고 홍차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의상 또한 내부장식에 맞춰 턱시도 계열이겠지. 하지만 나의 연구는 이곳에서 막히고 말았다. 일단 이쪽 계열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을 뿐더러 없는 것을 상상하는 능력이 나에게는 약간 부족한 편이다. 나의 특기과목은 이과계열에 집중되어 있으니. 때문에 나는 이 분야에 있어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미즈키 하지메를 찾아갔다. 그 당시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보기로 한다.]
"쿡쿡. 이누이..이러면서 은근히 자랑하기는."
".......내부장식 등은 아직 비밀일텐데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또 화분 뒤인가."
[내가 찾아갔을 당시 미즈키는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 펜으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지금 바쁜가? 조금 묻고싶은 것이 있는데."
"이거이거, 세이가쿠의 이누이군이 아닌가요. 우훗, 저에게까지 찾아오다니 꽤나 다급한 문제인 것 같군요."
확실히 다급했기에 나는 본론부터 이야기했다.
"효테이의 오오토리 쵸타로의 홍차 마시는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은데."
"..........................진심입니까."
물론 진심이고말고. 하지만 상대방을 놀라게 한 것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므로 대강의 앞뒤를 설명하였다. 그제서야 미즈키는 이해했다는 듯이 말했다.
"흠...과연. 이런 망상까지는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긴 하군요."
그러고보니 성루돌프 역시 카페였던가. 게다가 미즈키는 꽤나 홍차에 일가견이 있다고 들었으니 나름대로 라이벌 의식을 느낄 수 있다고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런 중요한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닫다니, 나도 아직 멀었군.
"그런데 이누이군, 데이터 테니스로 유명한 이누이군도 아직 멀었군요.우훗."
"그건 무슨 의미지."
미즈키는 또 한 번 예의 '우훗'하는 웃음을 짓고는 할 수 없으니 가르쳐준다는 식의 표정을 지었기때문에 조금은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애초에 미즈키의 도움이 필요하여 찾아간 것은 나이니 할 수 없지.
"먼저, 효테이쪽의 카페 내부 장식이 빅토리아 조에 의거한 고전양식이라고 했나요. 이런 데이터는 매우 유용합니다만... 제대로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요. 분명 아토베는 간단한 식사가 아닌 꽤나 고급 요리를 내놓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아마 회전율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높은 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작전일 거라고 추측합니다만."
".............과연."
"그리고 또 하나, 아토베가 신경써서 준비할 메뉴는 홍차가 아니라 커피입니다. 그 사람...커피에 꽤나 까다로우니까요."
"호오, 과연. 그런 데이터를 갖고 있다니 놀랍군."]
후지는 집중해서 모니터를 가까이서 본 탓인가 조금 피곤한 듯이 눈을 떼며 말했다.
"흐응- 미즈키가 말한거 진짜야? 메뉴라던가."
"뭐, 그렇다고 해두지."
"헤에- 그렇구나."
또다시 빙글빙글 웃는 후지의 시선에 아토베는 조금 불편함을 느끼며 약간 화가 난 듯한 말투로 물었다.
"왜 그렇게 웃는거지."
"그냥, 아토베는 미즈키와 사이 좋은 친구구나 싶어서."
"흥. 너란 녀석은..."
"정말 눈치가 빠르다고?"
그 말을 하며 후지는 빠른 속도로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뭐, 이런 부분은 읽지 않아도 될테지. 시간 문제도 있고 하니,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자."
[...해서 오오토리 쵸타로에 관한 개인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혼자서 티타임을 가질 경우, 그리고 또 하나는 누군가와 함께일 경우. 두 번째의 경우는 다시 여러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크게는 친구와 함께일 경우와 가족과 함께일 경우이다. 친구는 또 다시 여러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사귀는' 여자친구와 단둘일 경우, '그냥 동급생인' 여자친구와 단둘일 경우, 역시 비슷하게 '좀더 특별한' 동성의 친구와 함께인 경우...등등 세세히 분류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나 여기서는 간략하게 2가지로만 분류하도록 하겠다. 그 분류의 내용은 다음부터 설명하는 본론에서 확인하는 것으로 하자.
(1) 오오토리 쵸타로의 티타임
1) 혼자일 경우
인간은 어떤 경우에 혼자가 되는가? 대개의 경우는 정신적인 이유가 클 것이다. 스트레스가 쌓였다거나, 원인이 어떻든 그날따라 왠지 센티멘털한 기분이라거나 등등.
그렇다면 오오토리 쵸타로의 경우는 어떠할까. 나의 추측컨데 그도 분명 정신적인 이유일 것이다. 원인은 기분전환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오오토리 쵸타로는 다정다감한 성격이라고 알려져있다. 혹자는 천연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으나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단 타이치에게 그의 조사를 맡겨 얻어낸 결과에 의하면 그는 내내 웨이터역을 위해 경어를 연습하고, 어트렉션을 위한 악보를 손으로 건반을 치는 동작을 하면서 외우는 한편, 어디선가 자고 있던 아쿠타가와 지로를 깨워 데려가고, 무카히 가쿠토가 나르던 짐을 대신 운반해주고, 그 와중에 조사중인 단 타이치에게 쪼그리고 장시간 있으면 피곤할거라면서 비타민 음료까지 사서 쥐어주었다고 한다.(단 타이치가 정찰중에 들킨것은 다소 문제가 있으나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이러한 조사결과와 내가 독자적으로 수집한 자료로 미루어볼 때, 오오토리 쵸타로는 '황금률의 율법'에 의거해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황금률의 율법이란 남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남에게 해줄 것을 의미하는데, 그는 '그러니까 남을 배려하지 않으면'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엔 그런만큼 자신에게도 어떠한 보답 -그것이 상대가 그저 '고맙다'라고 느끼는 정도일지라도- 을 원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여하간 그런 그가 혼자인 시간을 원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서 잠시 떨어져 있고 싶은 기분일 때라고 추측할 수 있다. 언제나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가장 피곤한 일이고, 그것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무엇보다 큰 법이다. 특히 오오토리 쵸타로처럼 사람을 좋아하는 타입에겐 무엇보다 더.
그래서 그는 피아노를 치는 것이 아닐까.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가 연주하는 것이 어떤 곡일지, 나로서는 그다지 추측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대체적으로 라흐마니로프 계열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어떤 곡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분명, 오오토리 쵸타로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과정 자체로 마음의 평정을 얻는 것일 테니까. 연주에 몰입하면 몰입할 수록 사소한 잡생각은 사라지게 되고, 어느새 '모두에게 보여지는' 오오토리 쵸타로로 돌아가게 된다.
사실 피아노 연주라는 것은 꽤나 체력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음계를 정확하게 내기 위해서는 가장 힘이 부족한 새끼손가락까지 동일한 힘을 넣을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장시간 하면할수록 체력소모는 커지기 마련이다. 즉, 스포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때 마시는 차는 과연 어떤 것일까. 간단하게는 테니스 연습이 끝날 때와 마찬가지로 물로 해결할 수도 있고, 좀 더 격식을 차린다고 해도 아이스티 정도가 아닐까. 혼자 있는 만큼 평소보다 러프한 옷차림에, 마시는 것도 어쩌면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수도 있겠지만, 이건 비약이 심한 듯 하고, 단 타이치의 관찰에 의하면 그는 약간 혼잣말을 하는 타입인 듯 하니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연주에 대해서, 지금 마시고 있는 아이스티의 맛에 대해서, 그리고 오늘 있었던 조금 '신경쓰였던' 일에 대해서.
2) 누군가와 함께인 경우
2-1) 가족과 함께인 경우
가족과 함께라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역시 식사 후, 그것도 저녁식사 후 일 것이다. 가족 전체가 '가장' 모일만한 시간은 어느 가정이나 저녁시간일 테니까. 단란하게 모인 가족들이 갖는 식사시간, 아마 오오토리 쵸타로의 가족들은 식사 중엔 그다지 대화가 많은 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입안에서 음식물을 씹으며 말을 하는 것은 사실 동양의 관점에서 본다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니 말이다. 그런 고로, 이 가족의 진정한 '가족간의 대화'는 식사 후에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오오토리 쵸타로의 부모님은 그에게 커피 같은 것은 내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가 밖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에 대해서까지 '금지'는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집안에서는 마시지 못하게 할 것으로 사료된다. 어쨌거나 그는 아직 미성년자니. 이런 것의 권한은 대개 어머니가 갖고 있으니, 오오토리 쵸타로의 어머니가 가장 그에게 추천할 만한 것은 밀크티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따뜻한 것으로.
물론 이 밀크티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티백이 아닌 홍차잎을 먼저 우려낸 후, 우유를 타는 정통법에 의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도 꽤나 부잣집 도련님이니까. 나의 예상으로 우유까지 까다롭게 고를 것 같지만 어느 우유가 최고의 밀크티의 맛을 이끌어낼지 솔직히 자신이 없기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물론 미즈키에게도 자문을 구했지만 그는 "아무리 밀크티라고 해도, 홍차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우유가 아니라 홍차잎입니다." 라고 일축해 버렸다. 그가 그렇다면 그런걸지도.
어쨌거나 이 단란한 가족은 쇼파에 둘러 앉아 쿠키, 혹은 과일-역시 메론일까?-과 함께 꽤나 우아한 티타임을 가질 것이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고 있는 오오토리도 가족들 앞에서는 다소 수다쟁이가 될 듯 하다. 그가 이때 주로 할 대화는 바로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테니스부의 모두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과 테니스 연습을 할 때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돌아와서 가족들과 갖는 이 시간을 '내'가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등. 그다지 돌려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는 그는 가족앞에서는 누구보다 직선적인 사람이 될 것 이다.
2-2) 여자친구와 함께인 경우
어쩌면 이 부분이 본 연구의 핵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일단 오오토리 쵸타로가 사귈 여학생이 누구일지 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연 그 행운의 주인공은 누구일 것인가. 미인타입? 귀여운 타입? 활발한 편? 차분한 편? 음...일단 나의 예상으로는 오오토리 쵸타로와 사귀기 위해서는 음악과 스포츠를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클래식에 박식하진 않아도 유명한 몇몇 곡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고,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그를 응원할 정도의 적극성도 필요하다. (물론 함께 테니스를 친다는 것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일단 잘 몰라도' 좋아하는 그가 좋아하는 것이니 좀 더 많이 알고싶다는 생각을 갖게되니까. 게다가 오오토리 쵸타로의 성격상 이런 성격의 여자친구는 퍽 잘 맞는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궁금해하는 것을 자신이 해결해줄 수 있다는 것은 즉,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필요로 해준다는 것이고, 이것은 그의 천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역시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성격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오오토리가 어느날 호기심 많은 그녀와 함께 데이트에 나갔다고 가정하자. 의상은 아마도 세미 캐주얼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보통 중학교 2학년생 남자아이들과 달리 데이트 때 게임센터를 간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형뽑기라면 몇 번 해볼지도. 어쨌거나 일반적으로 그의 성격을 생각할 때 영화관, 연주회, 혹은 스쿼시장 정도일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의 스쿼시는 나중에 테니스로 가기 위한 포석이랄까, 좀 더 좁은 실내에서 공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은데다가, 길거리 테니스장에 여자친구와 함께라면 그곳의 무리들이 시끄러울테고 등등의 이유로 인해.
뭐, 어디부터 갔건 최종목적지는 식사 후 이어지는 카페이다. 원래 여자들은 천성적으로 카페를 좋아하니까. 물론 남자 중에도 후지같은 예외가 있지만-이때 미즈키가 말했다. "차를 즐길 줄 아는 것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품격 높은 문화입니다!" 그렇군. 예외는 많이 있었군.- 우리들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카페에 가는 것을 그다지 반겨하진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오오토리 쵸타로는 현재 좋아하는 그녀가 원한다면 카페 쯤이야 얼마든지 가줄터이다. 게다가 가까이 마주보며 마음껏 대화도 할 수 있으니 어쩌면 대환영일지도. 그녀의 의자를 빼주는 매너를 발휘한 오오토리 쵸타로가 선택할 것은 아이스 카페라떼와 역시 그다지 달지 않은 뉴욕 치즈 케익. 아이스 카페라떼는 단순히 현재 글을 작성하는 지금이 여름이기에 아이스로 설정했다. 겨울이 된다면 비엔나 커피 정도겠지. 이들이 시간을 보낼 카페는 인터넷이건, 오시타리에게 물어봐서건 오오토리 쵸타로가 데이트 전날 조사해서 알아낸 카페 오너가 직접 여러가지 화분을 가꾸고 있는 다소 아담한 카페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 때 이들이 나눌 대화는 물론 '우리'에 대한 것이다. '우리'학교의 사카키 선생님은 정말 특이하다던가 같은 소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다음 '우리'는 어디서 데이트를 할까? 같은. 한참 연애할 때라면 '서로'에 대한 대화도 물론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은 '우리'로 돌아가고 만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네'가 좋아하는 음식과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도 결국은 '우리'는 그래서 어울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결론이 나고 마니까.
2-3) 동성 친구와 함께인 경우
이것은 상대가 한 명인 것인가, 아니면 한 명 이상인 것인가와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을 가정하고 이렇게 한 테마로 묶어보았다. 동성 친구라하면 즉, 오오토리 쵸타로에게 있어서 대개는 테니스부원 내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상대가 누구냐하는 것은 다소 미묘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함께 특훈한 사이인 시시도 료와는 또 다른 연습메뉴에 관해 이야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히요시 와카시에게 하듯 까다로운 선생님이 내준 2학년 공통 숙제에 관한 대화는 불가능하다. 이렇듯 1:1의 대화는 누구와 함께하건 조금씩 변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예시한 대화가 여럿이 있을때도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대답은 '아니오' 다. 테니스 부원들이 모두 다함께 미팅 비슷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정식적인 미팅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부원들의 대화는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이 때 이들이 나눌 대화의 80%는 테니스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오오토리가 시시도에게 다음 연습 메뉴에 관해 말을 꺼내는 것이 어려울까? 이것도 역시 대답은 '아니오'다. 다만 둘만 있을 때와의 차이점은 역시 '모두'의 의견이다. 그들의 생각에 예상치못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사람은 무카히일 수도 있고, 아쿠타가와일 수도 있다.
다음 히요시와의 숙제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두 사람만이 대화에 참가할 경우, 속된말로 '그런 선생을 씹어가며' 대화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모두'와 이야기할 경우 오오토리에게 대부분은 3학년 선배들이 대화상대가 된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며 적절한 어드바이스를 해줄 지도 모른다.
이런 때 음료의 선택이라면...일반적으로 테니스부 연습이 끝나고 혹은 방과 후에 식사까지 끝낸 뒤 일테니 그가 선택할 만한 메뉴라면 녹차라떼(생크림 제외)가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은 이제 쉬어도 되니 마시기에 편하면서 적당히 달콤쌉싸름한 것으로.
3) 결론
굳이 번호를 붙이긴 했지만 결론은 매우 간단하다. 앞서 말했듯 이것은 '사실에 가까운' 데이터이므로 실제와는 다소 오차가 발생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데이터에 의거한 오오토리 쵸타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뿐이다. 물론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어느정도 상담은 가능하다. 하지만 오오토리 같은 타입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까지 남에게 말할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그와의 티타임-이라고 썼지만 결국은 대화-은 늘 밝고 따뜻한 분위기이다. 오오토리의 성격이라면 상대방과의 대화가 언제나 긍적적인 방향으로 가길 원할테니까. 다만 문제는 상대방이 누구냐 하는 것인데, 앞에서 나는 '황금률의 율법'을 언급한 바 있다. 즉, 상대방이 계속해서 부정적이고, 혹은 올바르지 못한, 아니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적의를 나타낸다면 그는 상대방과 자신의 '긍정적인 관계'를 위해 정말로 쉽게 '절연'을 선언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식의 무례한 상대방은 의식적으로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오오토리의 사고방식을 배신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적절히 맞춰준다면 그는 기꺼이 당신의 든든한 친구, 혹은 조력자가 되어줄 것이다. 언제까지나.]
"헤에, 이거 꽤나 자세하게 분석했는데. 대체 이런거 어디다 쓰는걸까?"
"...내가 아나. 다만, 녹차라떼(생크림 제외)라는 부분은 정말로 오오토리 녀석을 정확하게 보고 있는 것 같군."
"어,정말? 쿡쿡. 굉장한데, 이누이. 그럼 사나다군은 과연 어떠려나-"
[본 연구의 주제가 전혀 상관관계가 없어보이는 것은 나도 인지하고 있는 바이다. 어째서 이런 주제를 설정하게 되었는가. 애초에 나는 효테이의 그 여학생의 발언에 의해 오오토리 쵸타로의 상황별 티타임에 관해 분석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의 기본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인관계와 그에 따른 대처를 분석하는, 그런 것 말이다. 그런데 그 때, 우연히 만난 렌지는 나의 연구과제에 대해 듣고는 흥미롭다는 듯이 말하였다. 그 당시의 대화를 다시 그대로 옮겨보기로 한다.
"호오, 그렇다는 것은 효테이의 오오토리는 상황에 따라 사뭇 다른 행동패턴을 보여준다는 것이군. 나의 데이터를 봐도 어느정도 추측할 수 있었지만 직접 할 줄이야. 사다하루."
"뭐어...그저 흥미가 있어서다. 렌지."
렌지가 나의 데이터를 인정해주는 듯해서 사실 조금 기뻤다는 것은 논외로 하고, 계속해서 프린트아웃 된 페이퍼를 넘겨보던 렌지는 계속해서 말하였다.
"확실히, 티타임이라는 건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 그것은 '대화의 시작'이라고 해도 좋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지."
"예외?"
물론 세상 이치가 수학처럼 돌아가는 것은 아니니 어디나 예외는 있기 마련이지만 렌지가 말하는 예외는 조금 다른 듯했다.
"언제 어디서나 같은 패턴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사다하루. 그리고 그 예외의 인물은 가까이에 있지."
"......사나다인가."
"지금까지 나의 데이터에 의하면, 겐이치로는 언제 어느 장소에서나 음료는 우롱차. 대화는 70%가 테니스. 나머지 30%는 검술, 건강 관리, 학업에 관한 것이었다. 상대가 누구나에 관계없이 대화 내용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굉장하다면 굉장한 것이겠지만."
그 때 나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오직 하나였다. 이렇게 정반대의 두 사람을 비교하면 어떨까 하는. 그래서 나는 애초의 오오토리의 연구에 사나다를 더하기로 하였다.]
"아토베는 사나다랑 자주 대화하는 편 아냐? 주니어 선발 때도 함께였고. 이거 사실이야?"
"....나의 경우엔 100% 테니스에 관한 거랄까. 연습 시합 한 번 해보자라던가 등등."
"헤에- 나같은 경우는...응, 이름 정도만 간신히 알 던 때였는데 갑자기 다가와서 "흠. 좋은 기술을 가졌는데, 기술 이름은 직접 짓는건가." 라고 물어던 적이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지만 솔직히 조금 놀랐었어."
"과연. 친분도 없는데 갑자기 그런걸 묻다니. 굉장하다면 굉장하군 그래."
"그런데 에이지는 풀네임조차 잘 모르던 시기에 사나다에게 갑자기 "그런 플레이는 높은 스테미너를 요구하니 평소 고기를 많이 먹어두는 것이 좋다."라는 말까지 들었다지 뭐야. 쿡쿡."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후에 '굴욕의 사나다 어록'으로 전해질 내용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후지의 말을 들으며 아토베는 그저 어깨를 떨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조금 진정된 두 사람은 다시 모니터에 눈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2) 사나다 겐이치로의 티타임
그런 관계로, 앞의 오오토리와 같은 양식으로 분류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그를 분석하면 좋은 것일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 일정하다는 사나다의 대화 패턴을 분석해 보기로 하였다. 패턴은 크게 2가지로 나누고자 하는데, 그 하나는 물론 테니스고 또 하나는 그 외의 나머지가 되겠다.
1) 테니스에 관한 화제
사실 주제가 티타임이긴 했지만 사나다는 우롱차 외엔 마시지 않는 다고 하니-아니 마신다고 해도 이온 음료라던가 녹차 정도-앞서 분석한 오오토리와 같은 메뉴 선별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다. 그러니 '어떠한 차를 마시며 어떠한 경우에 어떠한 대화를 한다'라는 패턴은 더이상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인다. 보고서라면 응당 일정한 패턴과 규칙에 의해 분석되어 보는 이가 알기 쉽게 하는 것이 기본이거늘. 하지만 우롱차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어쨌거나, 렌지의 말을 빌리자면 분명 그의 대화의 70%는 테니스에 관한 것이라고 하였다. 물론 나도, 그리고 내가 아는 우리 세이가쿠의 테니스 부원들도 대개는 테니스에 관한 대화가 많은 편이다. 당연하게도 우리들은 테니스 부원이고, 학교 생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니까.
따라서 사나다 겐이치로의 대화의 대부분이 테니스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그다지 놀랄 만한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사나다는 성격상 일직선이라고 해야할까, 나쁘게 표현하자만 하나 밖에 못보는 것이고, 좋게 표현하자면 초지일관...아니 무언가에 빠지면 저절로 생활도 그것 중심으로 바뀌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사나다의 대화패턴의 '그 외'에 속하던 30%를 봐도 그 중 건강 관리도 테니스를 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치기 위함이고, 학업 또한 학생의 본분임과 동시에 원활한 부활동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테니스지, 그 범위는 정말 넓다. 예를 들어, 그는 릿카이대부속중학교 테니스부의 부부장직을 맡고 있으니 같은 간부인 유키무라 세이이치와 야나기 렌지와 함께 있는 경우엔 앞으로의 연습 메뉴라던가 특정 부원의 현재 상태라던지, 다른 학교의 정보에 관해 이야기 할 것이다. 즉, '토론'이다. 하지만 마루이 분타나 키리하라 아카야 등을 상대하는 그는 자신이 돌봐야할 부원들이다. 따라서 대화는 연습에 대한 권유와 모두가 자신을 따르게 할 절대적인 실력행사같은 것이다. 굳이 축소하자면 '조정과 동기부여'이다.
하지만 그가 가족들에게 하는 테니스에 관한 이야기는 또박또박 잘 해나가고 있는 학교 생활의 일부분이 된다. 사나다가의 사람으로써,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고, 또한 성과마저 내고 있다,라는 것으로, 집안의 어른들에게는 '일상과 안심'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테즈카 쿠니미츠와 대화하는 그는 또 어떠한가. 테즈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나다는 라이벌 의식으로 꽉 차있는 한 명의 테니스 선수이다. 이 때의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경쟁'이다.
즉, 같은 화제를 말하고 있지만 사나다 겐이치로의 '태도'는 상대방에 의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의 태도란 공손하다, 예의바르다, 혹은 건방지다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특정 화제에 대한 자신의 위치를 말하는 것이다. 즉, 테니스부 부부장으로서의 자신, 사나다가의 막내 아들로서의 자신, 그리고 누군가를 라이벌로 생각하며 정진하는 자신 등으로 현재 자신의 위치에 맞추어 동일한 화제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때 사나다 겐이치로의 '진짜 태도'에 대해 말해보자.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속된말로 하자면 주제파악이 잘 되어있다는 말이다. 실제의 사나다는, 과연 그러한가? 사실 집안에서의 사나다의 모습은, 나로서는 알길이 없다. 아마 테즈카라면 집안끼리 친분-이라고 해야할까-이 있는 사이이니 어느정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테니스 코트 위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을 상기해보자. 사나다는 언제나 지나칠 정도로 확신적이다. 자신의 태도에 1%의 망설임도 없다는 뜻이다. 이런 예를 들게 되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어떤 부원의 일을 이유도 듣지않고 바로 손이 올라간다는 것 또한 사나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매우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은 '영광스러운 릿카이대부속중 테니스부의 부부장, 사나다 겐이치로'이고 그 위치에 맞는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나다와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대화하는 상대 또한 자신의 위치에 맞는 화제를 꺼내는 것이 포인트이다. 예를 든다면, '부장'으로서의 유키무라 세이이치, '참모'로서의 야나기 렌지로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참으로 관료적이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사나다에게도 의외성은 있다. 만약 마루이 분타가 '일반 부원'의 입장으로서 연습에 불만을 제기한다면 '부부장'인 사나다는 야나기 등과 완벽하게 만들어낸 연습에 이유없이 불평만 많은 놈-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나 사나다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보다 복식에 강한' 혹은 '팀내에서 가장 발리가 특기'인 마루이 분타가 연습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건 당연히 일리있는 의견이 되어버린다는 뜻이다.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사나다 겐이치로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나다는 '명예중시파'라고도 바꿔말할 수 있다. 늘 '자랑스러운 우리 릿카이대부속중'으로 시작하는 말버릇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그의 평소의 태도 자체가 그러하다. 사나다가 언제나 자신의 위치,즉 입장에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면 그만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는 말도 된다. 따라서 상대방도 그렇게 해주기를 원하는 것이고, 또 그러한 상대방의 의사 또한 존중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사나다는 생각한다. 어째서 테니스의 화제가 명예까지 왔느냐고 묻는다면, 이런 말은 조금 웃길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은 아직 중학생에 불과하고, 테니스가 우리 세계의 거의 전부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지켜내고 싶은 무언가가 각자에게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사나다에겐 명예의 형태로 나타난 신념인 것이다.
2) 그 외의 화제
앞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사나다에게 테니스를 제외하고 나니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여기서 한가지 묻고싶은 것은, 모두에게 사나다 겐이치로의 인상은 과연 어떠한가-하는 것이다. 흔히 사나다는 테즈카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전통적인 가풍부터 시작해서 행동과 성격까지. 그리고 그 공통된 성격이라는 것이 바로 '유연성 부족'인데,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나도, 그리고 우리 부원들도 테즈카에게 '표정이 딱딱하다'라는 식으로 놀리는 일은 간혹 있지만 실제 성격까지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보다 다소 유연성이 부족할수는 있지만 그것은 옛날일이고, 1학년 시절 그 사건 이후로 보다 임기응변에 능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 것은 테즈카가 테니스부 부장임과 동시에 학생회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일 처리에 있어 테즈카는 모두에게 공정하고 엄격함과 동시에 자상하다.(자상하다는 표현은 다소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배려심이 있다는 말로 고쳐야할까.)
반면에 사나다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초지일관이다. 특히 테니스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나다에겐 언제나 자신만의 룰이 있으며 그것은 자신도, 남도 깨서는 안될 절대적인 것이다. 위치에 관한 대화는 바로 그 룰을 깨지 않는 한도내에서 그에게 '좋게' 접근하는 방법이었다. 그런 사나다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면이 있으니 바로 '테니스 외의 대화'를 할 때이다.
테니스에 관한 사나다에겐 확신하다못해 자신감이 넘친다. 그만하면 실력도 있다고 자부할 수 있고, 전국대회 우승도 해냈으니 그야 당연할지도. 그렇지만 그 외의 부분에선 어이없을 정도로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또 사나다의 또 다른 일면이다. 게다가 그 모습은 언제나 강하기만 한 테니스부 부부장으로서의 행동패턴과 충돌하면서 그 갭을 더욱 넓히고 있는 것이다.
예를들면, 부부장으로서의 사나다는 언제나 명령을 내리는 것에 익숙해져있지 모두와 함께 의견을 교환하며 일처리를 하는 경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모두의 과제는 바로 학원제를 보다 훌륭하게 성사시키는 것에 있고, 알다시피 학원제는 테니스가 아니지 않은가. 학원제같은 성질의 것은 사실 모두가 비슷비슷한 것을 생각해서 만들어내는 이 이벤트이고, 이 때 필요한 것은 남과 하나라도 다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즉, 창조력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사나다보다는 마루이 분타나 니오 마사하루 쪽이 더 출중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사나다는 자신의 생각대로 부원들에게 주어진 일을 자신이 생각한 순서대로 맡길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다고 그를 전제군주 쯤으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것은 아토베 케이고 한 명으로 충분하니까. 사나다는 단지 자신의 행동에 대해 깨닫고 있지 못할 뿐이다. 따라서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사나다에게 그의 행동의 오류를 지적하여 스스로 깨닫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사나다에게 어떻게 네가 틀렸다는 말을 하냐고? 앞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자신의 '위치'를 말하라고.
게다가 사실, 그가 취약한 부분은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 그것은 '감정'이다. 사나다는 집안 교육부터가 꽤나 엄격한 편이라고 렌지는 말한 바 있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가족 모두가 아침 식사를 하고, 학교에 등교해서, 수업이 끝나면 테니스부 활동을 하고, 돌아오면 다시 가족 모두가 저녁 식사를 한 후, 검술 훈련을 하고, 학교 숙제를 한 다음 잠자리에 든다-라는 같은 일상을 매일같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평일이라면 나, 그리고 우리들도 그다지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방과 후에 몇몇이 몰려서 패스트푸드 점에 간다던가, 주말에는 영화를 보러간다던가 하는 소소한 일상이 있다. 사나다에겐 바로 그것이 없는 것이다. 물론 그가 문화 생활을 전혀 즐기지 않는 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문화 생활이라고 해도 서예 같은 것에 집중되어 있어서 보통의 중학생인 우리들과 갖고있는 정서적인 면이 좀 많이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따라서 테니스 외의 대화를 할 때는 그것에 관해 유념하길 바란다. 우리가 매주 보는 인기 버라이어티 방송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러한 일상적인 주제로 대화를 하고 싶을 때는 먼저 사나다에게 왜 그 방송이 인기인가, 그리고 나는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가하는 점들을 미리 설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그도 인간인 이상 재미있다라는 감정 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테니스도 재미있으니 흥미가 생기고, 흥미가 있으니 열심히 하는 게 아닌가. 다만 그 원초적인 감정인 '재미있다' 라는 것을 본인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게 된다면 사나다 겐이치로 또한 그동안 자신이 느끼고 있었지만 뭐라고 해야할지 알 수 없었던 그 무언가에 대해 확실히 깨닫게 된다. 뭔가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기분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그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3) 결론
역시 결론이라고 썼지만 사나다 겐이치로의 경우 대개는 앞에서 결론까지 맺고있으니 딱히 더 쓸 말은 없다. 따라서 반복해서 정리하는 기념으로 몇 줄 쓰자면 사나다는 사람들을 대하는 패턴이 일정한 반면 그 자신은 자신에게 자신이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에 따라 양 극단으로 갈린다는 것이다.
테니스에 관한 화제는 자신이 있는 부분이니 그와의 룰, 다시 말하면 위치의 명확화만 잘 해낸다면 의사 소통은 빠른 편이다. 기본적으로 바보가 아니니 상대방에 무엇에 관해 말하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 지는 금방 알아차리고 또 행동으로 옮기는 것 또한 빠르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화제에 관해서는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시작은 매우 힘들다고 느낄 수 있다. 무엇을 말해도 해이하다고 할 뿐이고, 조금만 아니라고 생각해도 화제를 전환하거나 아니면 다른 할 일이 있으니 무시하고 가버릴지도 모른다. (뭐,당연하게도 화제도 테니스고, 할 일도 테니스다.) 그러나 가까이에 야나기 렌지라는 훌륭한 모범사례가 있지 않은가. 렌지의 말에 의하면 그는 사나다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 후 그 때 느낀 사나다의 감정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정확히 일러주고 어떻게 행동하면 좋겠다는 어드바이스를 겸함으로써 사나다의 신뢰를 얻었다고 하였다. 그러니 먼저 그의 일상에 흥미를 갖고, 또 그와 동시에 자신의 일상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말해준다면 그 역시 어느새 신세계에 들어간 기분으로 당신의 말을 주의깊게 경청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두 사람은 다시 일단 모니터로부터 눈을 들었다.
후지는 아까부터 해주고 싶은 말을 이제 하게 되어 유감이라는 듯 빠르게 말을 꺼냈다.
"그래서, 전제군주 아토베 케이고님. 감상은?"
"시끄러워- 그럴듯 하지만 이것의 어디가 티타임이라는 건지-"
"음, 이누이가 추천하는 방법으로 우롱차를 마시면서 해봐."
"그런짓까지 하면서 사나다랑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헤에, 방금 '친해지고 싶지 않다'라고 말해버렸어?"
"후지! 너란 녀석은 대체..."
후지에겐 조금만 틈을 보여도 금방 치고 들어온다고 아토베는 생각했다. 친분이 그다지 없어도 '테니스에 관한 화제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사나다의 일화를 듣고 어느정도 납득하며 '역시 보통은 아니군.' 이라고 느꼈지만 그걸 말하는 후지야말로 '아무 화제나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아토베는 이 속모를 녀석을 좀 더 경계해야겠다고 느끼는 한편, 좀 더 알고싶다고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아토베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후지는 다시 마우스 커서를 내리고 있었다.
"헤에, 아토베, 이거 봐. 이 다음은 무려 [미즈키 하지메의 시나리오, 사나다와 오오토리가 사석에서 만났을 때]라는 내용인데?"
뭐 그런 것까지...라고 딴지를 걸고 싶었지만 당사자인 이누이는 이 자리에 없고, 뭐라고 썼나 궁금하기도 해서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려는 때 갑자기 후지의 바지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아, 테즈카다. 에-여보세요."
마저 페이지를 내리라는 듯이 후지가 손짓을 하여, 아토베는 잠자코 노트북을 바라보는데, 수화기를 뚫고 테즈카의 목소리는 밖으로 까지 들려왔다. 마치 그쯤에서 하던 걸 멈추라는 듯이.
"도대체 어디서 하던 일을 땡땡이치고 놀고있는 건가. 카페쪽에 이누이와 에치젠 둘만 일하고 있던데!"
"에? 그치만 아까 내가 만든 요리들이 하나같이 맵다면서 이누이와 에치젠이 먹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갔는걸.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 나도 그냥 대강 정리하고 나온건데."
"그 이누이와 에치젠은 한참 전에 돌아와서 일하고 있다. 돌아오지 않은건 너뿐이다."
"어, 정말? 그치만 내가 땡땡이 치는건 다 이누이 때문인걸."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거냐! 돌아오면 그라운드 10바퀴니 그렇게 알도록."
툭. 하고 전화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후지는 잠시 손에 든 핸드폰을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도로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그럼, 미안하지만 난 이쯤에서 가보도록 할게. 디스켓은..."
"뭐, 나도 이쯤이면 됐다. 가져가서 돌려주던지 갖던지 마음대로 해."
아토베는 더이상 흥미 없다는 투로 디스켓을 돌려주며 말했다.
후지는 디스켓을 돌려받고 후후-하고 웃고는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꾸깃-하더니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놀란 아토베가 할 말을 고르는 동안 후지가 말했다.
"덕분에 이 더운날 달리기 하게 생겼으니 이정도는 괴롭혀도 괜찮겠지. 어차피 이누이 노트북에 원본 파일 있을테고."
그렇다고 남의 것을 그렇게 버리냐. 따지고보면 멋대로 읽은 건 너잖아!
.......라고 아토베는 말하고 싶었지만 후지가 은근히 '너도 공범이야.'라고 눈으로 말하는 듯해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문앞에 선 후지는 빙글-하고 아토베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재미있었어. 지금은 어서 가야하지만 다음에 마주치면 핸드폰 메일주소라도 교환하자구. 그럼-"
"어이,후지."
갑작스럽게 후지를 세우는 아토베의 목소리에 후지는 반쯤 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아토베를 바라보았다.
아토베는 노트북에서 드라이버를 분리하는 손을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훗. 이몸의 핸드폰 번호를 알게 되는걸 영광으로 생각하라구."
"후후, 그래. 자, 그럼 다음에 또."
후지가 나간 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토베는 바보같이 자신이 잠시 꿈을 꾼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냉방이 잘되는 넓은 방에 후지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었다.
아까까지 읽던 글을 다시 생각하며 아토베는 잠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읽지못한 뒷내용이 조금 신경쓰임과 동시에 아토베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자신과 사나다라면, 자신과 후지라면, 아니면 자신과...
그 때 쿵쿵쿵-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아토베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문을 두드리던 주인은 꽤나 다급했던지 들어오라는 말이 들리기도전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제대로 기분이 상한 아토베가 화를 내려는 찰나, 그를 화나게 한 주인의 말이 더 빨랐다.
"아토베군! 운영위원장이라면, 적어도 외부인의 출입을 잘 막았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미즈키?"
"뭡니까, 그런 얼빠진 반응은. 아니 그런것보다, 지금 왠 시골에서 상경한 듯한 남자아이가 저희 카페에서 내놓을려고 준비중인 음식을 다 먹어치우고 있단 말이에요! 힘이 어찌나 센지 우리 부원들이 모두 막으려고 해도 역부족이란 말입니다!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겁니까. 운영위원장 아토베 케이고씨!"
미즈키는 화가 끝까지 난 듯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아토베는 처음에 미즈키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으나 곧 열린 문쪽으로 정말 굉장한 소란이 일어난 듯 비명소리 비슷한 것들이 들려오자 금방 상황파악을 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손으로 핸드폰의 단축번호를 누르며 밖으로 나가는 아토베의 뒤를 미즈키가 따라가며 계속 말하였다.
"정말- 갑자기 들어와서는 「여기 코시마에는 없어?」라고 하더니 테이블위의 음식을 보자마자 달려드는데..."
아토베는 핸드폰을 귀에 갖다대며 예의 그 미소를 지으며 옆에서 불안 반, 분노 반의 표정으로 걷고있는 미즈키를 바라보았다.
"아, 카바지. 지금 당장 경비들을 성루돌프 부스로 집결시켜. 사고다."
빠르게 걸어가며 통화를 하던 아토베는 핸드폰의 플립을 닫고 뛰기 시작했다. 미즈키는 조금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아토베는 계속 달려가며 말했다.
"그런 티타임따위, 궁금하면 다과회라도 열어서 같은 자리로 붙여버리면 되지. 이몸과 너처럼."
"........에?"
"자, 침입자가 다 먹어버리기 전에 어서 가자구. 내가 먹을 것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하하-"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아토베군!"
앞으로 달려가며 말하고 있어서 아토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수 없는 미즈키였다. 그 때 눈 앞에 난장판이 된 자신들의 테이블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도착한 카바지와 경비원들이 예의 그 소년을 바깥으로 내보내고 있는지 이번엔 출구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부원들은 진이 빠졌는지 여기저기 주저앉아 있었고, 그 사이를 아토베가 왔다갔다 하면서 파손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부상자는 없는지 등을 세심하게 살피는 아토베를 보며 미즈키는 생각했다.
대충 정리가 끝나면 아토베에게 그가 즐겨하지 않는 홍차라도 한 잔 대접해야겠다고. 그가 칭찬해준 자신이 만든 스콘과 함께.
그리고 이건 후기.
일단 시작부터 뜬금없이 후지와 아토베라 심히 유감.
세이지가 후지는 취향이 아닌걸 뻔히 알면서도 내가 쓰는거니까! 하고 멋대로 등장시켰심.으하하;ㅂ;
배경은 알사람은 알, 가쿠프리,즉 학원제의 왕자님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이라고 해야할까 후지즈카삘을 사실 좀 내주고 싶었는데 이건 그냥 말았고,
아토미즈...는 가쿠프리에서 아토베가 미즈키를 너무 좋아하길래 갑자기 마지막에 호모물로 재창조(...)
무려 그들을 돕는 사람이 킨타로.....-_-
암튼 진짜 원래 계획-은 생략된 부분인 사나다와 쵸타가 직접 만났다-라는 미즈키의 시나리오 부분까지 쓰려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대화내용에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아서(...)
...랄까, 제가 한참 헛소리로 주절거린 것만 생각하면 대화내용도 무난하게 흘러갈게 뻔하지 않아요? 그래서 자신이 없어졌습니닷;
그리고 제일 중요한 중간의 캐릭터론.....인데, 사실 뻥이 더 많심.으하하하하ㅠㅠ
쓰면서도 '이런식으로 말장난치는거 아닌데;ㅂ;!' 하는 생각만 가득해서 지금봐도 부끄러워욤.
좀 더 개인적인 후기-라던가 받고나서 감상(...)도 얘기하고 싶으니 더 자세한건 세이지와 메신저에서 개인적으로 얘기하기로 하고, 전 나가봐야해서 혹시 오타라던가, 내용상 고칠부분이 있다면 그건 이따 집에 돌아와서.으악 늦었다=_=;
세이지가 후지는 취향이 아닌걸 뻔히 알면서도 내가 쓰는거니까! 하고 멋대로 등장시켰심.으하하;ㅂ;
배경은 알사람은 알, 가쿠프리,즉 학원제의 왕자님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이라고 해야할까 후지즈카삘을 사실 좀 내주고 싶었는데 이건 그냥 말았고,
아토미즈...는 가쿠프리에서 아토베가 미즈키를 너무 좋아하길래 갑자기 마지막에 호모물로 재창조(...)
무려 그들을 돕는 사람이 킨타로.....-_-
암튼 진짜 원래 계획-은 생략된 부분인 사나다와 쵸타가 직접 만났다-라는 미즈키의 시나리오 부분까지 쓰려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대화내용에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아서(...)
...랄까, 제가 한참 헛소리로 주절거린 것만 생각하면 대화내용도 무난하게 흘러갈게 뻔하지 않아요? 그래서 자신이 없어졌습니닷;
그리고 제일 중요한 중간의 캐릭터론.....인데, 사실 뻥이 더 많심.으하하하하ㅠㅠ
쓰면서도 '이런식으로 말장난치는거 아닌데;ㅂ;!' 하는 생각만 가득해서 지금봐도 부끄러워욤.
좀 더 개인적인 후기-라던가 받고나서 감상(...)도 얘기하고 싶으니 더 자세한건 세이지와 메신저에서 개인적으로 얘기하기로 하고, 전 나가봐야해서 혹시 오타라던가, 내용상 고칠부분이 있다면 그건 이따 집에 돌아와서.으악 늦었다=_=;
saizy 2006/09/13 23:09
Posted by 케라v